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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GO 24의 ‘주머니’ 기자와 함께 걷는 ‘경제 산책’… 경제의 산(living) 책(book)이 되어 경제를 통한 하나님의 섭리 역사를 증거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주님과 함께 아름답고 신비한 천국의 경제 산책로를 걸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떠날 때와 머무를 때

2017-05-20|조회 715

토사구팽

 

토사구팽(兎死狗烹)교활한 토끼가 죽으니 사냥개는 삶는다.’는 뜻이다. , 사냥을 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는 것으로,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 먹고 쓸모가 없어지면 가혹하게 버린다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

 

토사구팽이라는 말은 중국 춘추시대 말기 월() 나라의 명신 범려(范蠡)’가 처음 거론하였다. 그 후 유방(劉邦)’이 천하를 재통일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던 서한삼걸 가운데 한 사람인 명장 한신(韓信)’의 입에서도 거론되었는데, 그보다 앞서 한신의 책사 괴통(蒯通)’이 경고성으로 이 말을 거론하기도 하였다.

 

범려는 자신과 함께 월나라 왕 구천(勾踐)’을 보좌하여 오() 나라와의 결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공신 문종(文種)’에게 함께 은퇴할 것을 권유하면서 이 성어를 인용했다. 한편 한신은 시기를 놓쳐 유방에게 붙잡혀 죽기 직전 하늘을 우러러보며 한탄조로 이 말을 반복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역사상 명성을 남긴 인물로서 범려는 충신의 표본이었고 한신은 가랑이 밑을 기는 치욕(과하지욕, 袴下之辱)을 견디고 명장이 되어 이름을 날렸다. 두 사람 모두 그 공이 주인을 떨게 할 만큼 컸던 공신들이었지만 그들의 최후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달랐다. 그들의 운명은 도대체 어떻게 갈라졌던 것일까?

 

때를 알고 결단하며 떠난 자

 

때를 알고 떠나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특히 물러나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의 뒷모습은 더욱 그렇다.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판도를 뒤집은 월왕 구천은 범려를 최대 공신인 상장군으로 임명하였다. 그러나 범려는 구천을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 판단하고 식구들과 함께 배를 타고 월나라를 탈출한다.

 

제나라에 은거한 범려는 자신과 함께 구천을 보좌한 공신 문종을 염려하여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추어지고,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문종으로 하여금 구천을 피하도록 충고하였다. 범려의 편지를 받은 문종은 마음이 뜨끔하였지만 월나라를 떠나기를 주저하다, 결국 구천에게 반역의 의심을 받고 자결하고 만다.

 

이처럼 범려와 문종은 순간 머뭇거림의 차이로 인해 운명이 완전히 갈렸다. 이후 범려는 제나라와 다른 나라를 옮겨 다니며 상업 활동을 통해 크게 성공하였다. 이러한 그의 선택에 대해 사기의 저자 사마천범려는 떠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머문 곳에서도 예외 없이 이름을 떨쳤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그가 물러날 때를 알고 제 때에 물러났기에 얻어진 평가다.

 

결단하지 못하고 머뭇거린 자

 

이에 반해 한신은 한()의 장수로서 장량(張良)’, ‘소하(蕭何)’와 함께 서한삼걸 중 한 명이다. 유방을 도와 항우(項羽)’를 물리쳐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유명한 고사를 만들 정도로 유방이 한의 고조가 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공신중의 공신이다.

 

그런데 고조가 된 유방은 한신의 재능과 그의 세력을 경계한다. 그 사이에 한신의 참모 괴통은 한신에게 자립하여 왕이 될 것을 권하면서 유방의 명령을 계속 듣다가는 언젠가는 큰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괴통은 한신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때가 왔을 때 과감하게 행동할 것을 주문한다.

 

하늘이 주시는데도 받지 않으면 도리어 허물을 뒤집어쓰며, 때가 왔는데도 과감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도리어 재앙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깊이 생각하십시오.”

 

지혜는 판단을 과감하게 내리게 하고, 의심은 행동을 방해합니다. 호랑이가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벌이 침으로 쏘는 것만 못하고, 준마가 갈까 말까 망설이는 것은 늙은 말의 느릿한 한 걸음만 못합니다. 순이나 우임금과 같이 지혜가 있다 한들 입 안에서 웅얼거리기만 하고 내뱉지 못한다면 벙어리와 귀머거리가 지휘하는 것만 못합니다.”

 

이처럼 괴통은 한신의 결단을 촉구하지만 끝내 한신은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차마 유방을 배반할 수 없었던 데다, 또 자신의 공로가 워낙 크기 때문에 유방이 자기를 어쩌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방이 황제로 즉위한 지 2년째 되던 해 누군가가 한신이 모반을 꾀한다는 보고를 올렸고, 이에 한신은 지방의 제후로 봉해진다. 그리고 몇 년 후 한신은 반란의 누명을 쓰고 유방의 아내 여태후에게 주살되고 만다.

 

목이 잘리기 전 한신은 마지막으로 이런 후회의 말을 남겼다. “내 일찍이 괴통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머물 때와 떠날 때를 아는 것, 옛 것을 장사지내는 지혜

 

같은 공을 세웠지만 자신이 떠날 때를 알았던 범려와 그러지 못했던 문종과 한신, 그들의 운명은 결국 떠날 때를 알고 결단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의 차이로 인해 갈리고 말았다.

 

이처럼 떠날 때를 안다는 것은 큰 지혜다.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 주인이 가기를 원하는데 꾸역꾸역 앉아 있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그런가 하면 조금 더 있다 가기를 원하는데 박절하게 일어나는 것은 정이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이 우리 인생도 물러날 때와 나아갈 때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을 살면서 진퇴(進退)의 선택을 잘못할 경우 패가망신을 할 수도 있고, 인생에 큰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

 

이는 자신의 옛 생각과 습관을 버리지 못하여 얻어야 할 새로운 것을 얻지 못하고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 외삼촌 라반의 집인 밧단 아람에서 20년을 머물렀던 야곱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고 생각하고 그 곳을 떠나지 않고 평생을 살았더라면 라반과 같이 우상숭배를 하다가 끝났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경제 현상과 현실을 설명하는 경제 이론만 보더라도 기존의 틀을 버리지 못하면 변화하는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고, 투자의 세계에서도 과거에 얽매여 있다 보면 새로운 기회를 잡지 못하여 더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지위와 권력이 있는 자들은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정확히 알고 처신해야 한다. 최근 참여정부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이 지냈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양정철 전 비서관이 모두 정치권을 떠난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보며, 권력과 지위에 집착하여 족제비 짓을 하며 머문 자리마다 노린내를 풍기고도 떠나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의 측근들과 대비되면서 떠날 때와 머무를 때의 지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옛 것을 장사지내라는 정명석 목사님의 말씀은 단순히 과거의 차원에서 벗어나라는 의미를 넘어, 우리 인생을 좀 더 멀리, 좀 더 높게 바라보게 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인도하시는 지혜의 말씀이다. 그 말씀을 얼마나 결단하며 지키느냐가 어쩌면 범려와 한신이 처했던 운명의 차이만큼이나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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