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by 주머니

RGO 24의 ‘주머니’ 기자와 함께 걷는 ‘경제 산책’… 주님과 함께 아름답고 신비한 천국의 경제 산책로를 걸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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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과 암호통화

지난해 이후 국내외적으로 가상통화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가상통화의 대표 주자격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다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고, 단기간에 돈을 벌어보고자 하는 욕심에 대학생들까지 가상통화 투자에 뛰어드는 등 가상통화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유동성이 과도하게 가상통화 시장에 몰리면서, 자금의 출처가 불투명해지고 투기 조짐이 감지됨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도 각종 규제 정책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과연 가상통화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큰 이슈가 되는지 하나하나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이와 관련된 이슈가 너무나 폭넓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룰 수는 없고, 이하에서는 기본적인 개념들만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가상통화는 과연 화폐인가?

 

우선 가상통화라는 명칭부터 얘기해보자. 사실 비트코인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인터넷 공간에서는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사이버머니(cyber money)’가 있었다. 사이월드의 도토리라든가 게임 아이템을 사고 팔 때 사용하는 아덴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온라인상에서 거래되고 현금화될 수 있는 수단을 폭넓게 가상통화(virtual currency)’라고 부른다. 이러한 가상통화는 일반적으로 법적 근거 없이 발행되고 있고, 법화(legal tender)와의 교환 비율이 보장되지 않는다. 2009년에 등장한 비트코인도 이러한 측면에서 폭넓게 가상통화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만, 사이버머니와는 기술적 기반이 다르기 때문에 최근에는 암호통화(crypto currency)’라고 부르는 것이 보다 적합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후의 논의에서는 가상통화를 암호통화라고 통칭하겠다.

 

사실 암호통화와 관련하여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암호통화가 화폐인가 하는 논란이다. 경제학적으로 화폐는 기본적으로 지급수단(medium of exchange), 계산의 단위(unit of account), 가치저장(storage of value)3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통화들은 이러한 3가지 화폐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암호통화를 옹호하는 측은 암호통화가 기존의 법화에 대한 경쟁재 또는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암호통화가 화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실 암호통화를 이용하여 경제생활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도 일상에서 어떤 물건을 사고 그 대가로 암호통화를 지급하는 기능에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가치의 변동폭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지급수단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또한 지급수단이라고 해서 모든 지급수단이 화폐가 되는 것도 아니다. 현행 법 체계하에서 화폐는 법률상 발행근거가 있어야 하고, 강제 통용력도 지녀야 한다. 하지만 암호통화는 발행근거도 없고, 강제 통용력도 갖추고 있지 않으며, 민간이 발행하고 유통시킨다는 점에서 화폐에 해당될 소지가 전혀 없다.

 

또한 법적으로 어음, 수표와 같은 지급수단인 것도 아니다. 대체로 지급수단은 화폐를 대체하는 기능을 하고 있지만, 어느 국가에서든 상거래 질서의 안전을 위해 관련 법을 통해 지급수단의 발행과 유통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어음법, 수표법, 전자금융거래법 등으로 지급수단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면 암호통화를 금융투자상품으로 볼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금융투자상품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발행자와 투자자 간에 투자 관련 계약이 존재해야 하는데, 암호통화에는 이러한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엄격히 금융투자상품으로도 보기 어렵다.

 

결국 암호통화는 뚜렷한 실체가 없이 매매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디지털 형태를 띤 일종의 상품으로 볼 수밖에 없다. 2012년도 대법원도 온라인 게임머니의 성격을 부가가치세법상 재화로 판단한 적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가 암호통화의 법적 성격을 규정한다면 현 법적 테두리 내에서는 재화또는 상품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그 형태가 무엇이든 간에 화폐와 같이 자꾸 사용하고 쓰이다 보면 화폐가 될 수 있다고도 주장하기도 한다. 디지털 형태의 암호통화가 온라인상에서 충분히 화폐로 쓰일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화폐의 역사를 보면 일정한 커뮤니티 내에서 참가자들끼리 일종의 약속을 통해 어떤 재화나 물건을 화폐로 사용할 수는 있다. 예를 들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그리고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세스코가 통치했던 시절의 루마니아에서 담배가 화폐로 사용된 것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그 화폐에 법이 화폐로서 가치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암호통화는 이러한 법적인 기반이 없다.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암호통화가 이슈가 되면서 함께 거론되는 것이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거래 명세를 담은 블록들이 사슬처럼 이어져 하나의 장부를 이룬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며, ‘분산원장이라는 데이터베이스의 한 형태다. 여기서 분산이라는 말은 동일한 데이터베이스가 특정 컴퓨터가 아닌 서로 다른 사람의 여러 컴퓨터에 저장돼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새로운 거래가 이루어질 때마다 그 거래 내용이 담긴 새로운 블록이 만들어져 기존에 있던 블록에 연결된다.

 

이를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금융시스템과 블록체인을 비교해보면 된다. 현재 금융시스템에서 거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송금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은행에 가서 계좌를 만든 후 그 계좌에 돈을 입금해야 한다. 그 후 은행 창구를 통해서나 인터넷뱅킹 등으로 송금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면 송금 신청을 받은 은행은 자신들이 가진 장부에 그 사람의 잔고가 있는지 확인한 뒤 송금거래를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고객들의 정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장부에 최소한의 거래내역만 저장하고 최소한의 인원들만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하지만 아무리 철저하게 보안을 신경을 써도 해커들은 은행의 보호망을 뚫고 고객 정보를 유출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곤 한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서도 개인들끼리 직접 돈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준다. 그것도 매우 안전하게 거래하게 해 준다. 과연 어떤 방식이길래 안전하다고 하는 것인가? 우선 은행이라는 매개체가 통하지 않고 개인끼리 거래를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돈을 주고받는 쌍방이 서로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은 돈이 실제로 오가는 거래가 완결되기 전에 쌍방의 거래내역을 시스템내 다른 사용자들에게 공유한 뒤 모두가 이를 대조하는 작업을 거친다는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따라서 블록체인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은 이러한 거래기록이 담긴 장부를 모두가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시스템내 100명이 참여하여 거래하고 있다면, 100명은 참여자들의 모든 거래내역을 기록한 장부를 모두 각자 보관하고 있다. 만약 이 중 2명이 거래한다고 할 때, 당사자들은 각자 장부를 나머지 98명이 보관하고 있는 장부와 동일한지 대조한다. 이 때 장부 내용에 대해 과반수 이상이 동일하다고 승인해주면 거래가 이루어진다. 물론 과반수 이상이 확인해주지 못한 거래는 하지 않으면 되고 그 내역도 자동 폐기된다.

 

이렇게 둘 간의 거래가 이뤄지면 그 거래내역은 하나의 블록에 담긴다. 이 블록은 10분 간격으로 만들어지고 거래가 확인되면 모든 거래기록이 담긴 블록들과 연결되는데, 이렇게 체인처럼 블록들이 연결돼 있다고 해서 블록체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둘 사이의 사적 거래라고 할지라도 그 내역은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기록돼 저장된다. 물론 그 거래내용이 무엇인지, 거래 당사자들이 누구인지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그 거래기록은 암호화된 형태로 저장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사실상 블록체인은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하다. 모든 거래자가 암호화된 거래 장부를 사용하는 데다 수시로 거래내역을 기록하고 있는 과반수 이상의 컴퓨터를 한꺼번에 해킹해야만 위변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계속 쌓이고 체인으로 연결되는 블록내 거래내역을 위변조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사용자 컴퓨터의 과반수보다 높은 연산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절반만 해도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 500대를 한꺼번에 쓴 연산력보다 훨씬 높다고 하니, 현 컴퓨터 성능으로는 블록체인을 해킹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블록체인 자체가 해킹을 당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블록체인과 암호통화간의 관계

 

그렇다면 블록체인과 암호통화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흔히 말하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통화는 블록체인 거래를 승인해주는 데 대해 보상해주는 일종의 인센티브다. 예를 들어보자.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에서는 은행에 통장이 있기 때문에 이 통장에 적힌 숫자가 바로 자신이 가진 돈의 가치를 표시해준다. 돈을 입금하거나 출금하고 물건값을 결제하면 통장에 있는 숫자가 늘거나 줄어든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은행 통장이 필요 없게 된다. 대신 거래 내용을 암호화해서 모두가 공유하는 장부에 적을 사람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을 해 주는 사람에게 일의 대가로 지급해주는 것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통화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받기 위해 저마다 나서서 장부에 기록하려고 하기 때문에 은행이 따로 필요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장부를 작성해 주고 비트코인을 받는 일을 채굴(mining)’이라고 부른다.

 

한 가지 덧붙이면 비트코인의 경우 사토시 나카모토가 이를 처음 만들었을 때, 2,100만 개의 비트코인만 채굴할 수 있도록 설정해 놓았다. 현재까지 채굴된 코인은 약 1,650만 개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보니 현재 공급량은 4년마다 50%씩 줄어들고 있다. 한편 비트코인 개발자는 장부에 거래내역을 기록하고자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을 경우 부득이하게 한 명을 지목하게 해 놓았다. 그 방법으로 비트코인 개발자는 수학문제를 이용하였다. , 여러 명이 장부 기록을 원할 경우 수학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하는 사람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거래내역이 늘어날수록 풀어야할 수학문제가 더 복잡해지기 때문에 비트코인 채굴도 그 만큼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채굴기라는 컴퓨터 서버를 통해 비트코인을 채굴하려 해도 쉽지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채굴이 진행될수록 채굴과정에서 들어가는 채굴기 구입비용이나 전기료도 감당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통화는 분리가 가능한가?

 

최근 암호통화 논란과 관련하여 또 하나의 이슈가 되었던 것은 블록체인과 암호통화를 분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이에 대해 단적으로 말하면, 분리가 가능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분산원장의 종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분산원장은 참가자가 이를 공유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개방형(public)과 폐쇄형(private)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개방형은 네트워크에 누구나 참가가 가능하고 거래내역도 모두에게 공개되는 것이다. 반면 폐쇄형은 특정 조건을 갖춘자로 참가를 제한하고 거래내역도 일부 참가자들만 공유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국내은행들끼리 사용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만든다고 하면 이것이 폐쇄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비트코인과 같은 엄호통화는 개방형 블록체인에서만 사용된다. 폐쇄형 블록체인에서는 암호통화 없이도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폐쇄형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참가자들끼리 서로 약속된 형태의 다른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다른 형태의 결제방식을 도입하면 된다. 다만 개인간(P2P) 거래에 폭넓게 사용되는 개방형 블록체인이 발전해야 폐쇄형 블록체인 기술도 발전될 수 있기 때문에 암호통화를 블록체인과 분리될 수 없다고들 얘기하는 것이다.

 

비잔틴 장군의 딜레마와 채굴

 

블록체인이란 분산 원장을 이용해 개인간(P2P) 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P2P란 인터넷상에서 사용자들끼리 직접 연결된 데이터를 주고받는 구조를 말한다. P2P 네트워크는 일대일이 아니라 수많은 사용자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네트워크인데, 지난 1990년대 음원시장을 뒤흔들었던 냅스터나 소리바다 등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P2P는 중앙 서버 한 곳에 저장된 데이터를 내려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용자들이 공유한 파일을 직접 받는 혁신적인 서비스다. 그런데 문제는 몇 시간에 걸려 다운로드 받은 영화 파일이 재생되지 않는 가짜일 수 있다는 점이다. P2P 네트워크상에서는 모두가 진짜 거래내역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문제를 비잔틴 장군의 딜레마라고 부른다. 과거 거대 제국이었던 비잔틴에는 많은 장군들이 각 지역별로 주둔해 있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땅에 머물면서 황제처럼 행세했다. 중앙 황제의 영향력이 제국 곳곳에 직접 미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과반수 이상의 장군들이 자기 병력을 이끌고 와 한꺼번에 공격해야만 이길 수 있는 거대한 적과 맞서야 하는 일이 생겼다. 그러나 제국의 땅이 너무 넓다보니 이 장군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렵고, 봉화나 깃발로 신호를 보내면 적도 알아챌 수 있으니 직접 연락병을 보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각자 자기 땅에 머물고 있는 비잔틴 장군들이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A장군은 B장군에게 같이 공격하자고 하고선 실제로 자기는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격을 하러 간 B장군의 병력만 몰살할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BC장군에게 협공을 제안했는데, 둘의 요구사항이 다르면 A로서는 누구 말을 믿을지 판단하기 어렵게 된다. 이처럼 서로 믿을 수 없는 여러 주체가 동의할 수 있는 하나의 해답을 도출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게 이 딜레마의 핵심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은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이라는 해법을 내놓았다. 그런데 방식이 좀 특이하다. 그 방법을 보면 모든 장군에게 수학문제를 풀게 하는 것이다. 수학문제를 푸는 방법도 무작위로 숫자를 대입해보는 식이다. 모든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면 대략적으로 10분 정도 걸리는 난이도의 문제다. 그리고 이들 중 한 명이 답을 찾으면 모든 장관에게 그 답을 알려야만 다음 문제를 풀 수 있다. 두번 째 답은 첫번 째 답에 이어 붙여서 공유하고, 또 그 다음 문제를 푼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장군들은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전체 장군 중 절반 이상이 문제를 푸는 데 참여했다는 것과, 10분마다 문제와 답을 공유하면서 주고받은 메시지가 중복 없이 정리됐고 모든 장군이 이를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장군들은 이러한 사실 확인을 통해 비로소 공격 작전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제국 전체 이익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도 비잔틴 제국이 무너지지 않기를 원하는 장군들 절반 이상이 작업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상호 신뢰가 생기는 것이다.

 

모든 개방형 블록체인을 이용한 암호통화는 작업증명이 필요하다. 장부가 곧 돈이기 때문에 장부상 거래를 확인시켜주는 작업이 필수적인 것이다. 블록체인 시스템 내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 자들을 노드(node)라고 부른다. 각각의 비잔틴 장군인 셈이다. 작업증명은 암호 해독능력인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함께 블록에 담기는 해시를 생성하기 위한 숫자값을 찾는 문제를 풀어 거래를 증명해주는 일이다. 결국 작업증명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가치가 있다는 점과 안전하다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수많은 노드들로 구성되는데, 이 노드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가진 전자기기라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개인들의 PC와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을 말하는 것이다. 각각의 노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접속하고 블록체인을 다운로드 받아 모든 거래내역을 공유확인하고 저장하며, 또 새로 생겨나는 거래내역을 확인하고 승인한다. 그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는 채굴까지 진행하는 것이 노드가 수행하는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각 노드들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구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유의 주소(address)를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대신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위해 복잡한 숫자와 문자를 무작위로 배열해 만든 주소를 가진다. 참고로 주소는 ‘1BvBMSEYstWeqtFn5Au4M4gfG7xJaNVN2’와 같이 무작위적으로 만들어진다.

 

블록체인의 높은 보안성

 

이러한 블록체인의 최대 강점은 높은 보안성이다. 추가 거래가 발생하면 파일 특성을 축약한 암호와도 같은 해시값이 바뀌는 데다 장부 자체가 인터넷상에 개방돼 있어 수시로 검증이 이뤄지기 때문에 해킹이 매우 어렵다. 참고로 hash끌어 모으다또는 ‘(고기 등을) 잘게 다지다라는 뜻인데, 컴퓨터 용어로는 블록의 길이에 맞추기 위해 메모리에 기입하는 의미 없는 정보를 뜻한다. , 문장 길이에 관계없이 원래 문장을 일정한 길이의 값으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에서 사용되는 해시는 어떤 크기의 문자열이라도 256비트 크기의 해시 문자열을 만들어 저장하게 된다. 그래서 하나의 블록 안에는 일정 시간의 거래내역과 해당 블록의 해시값, 직전 블록의 해시값이 동시에 담겨진다. 그런데 원래 문장에서 약간이라도 다른 부분이 있다면 완전히 다른 해시값이 형성되기 때문에 해시값을 조합해서 원문을 절대 유추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블록체인은 높은 보안성을 가진다.

 

또한 분산원장의 특성상 한 상인이 자신의 장부를 복사하여 장부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과 같이 모든 노드가 원장을 나누어 가지므로, 하나의 장부를 잃어버려도 다른 장부가 있고, 장부의 기록을 조작하려면 모든 장부를 건드려야 하니 조작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다수가 검증에 참여하고 검증을 통과한 블록체인 기록은 높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활용

 

이러한 블록체인의 높은 보안성 때문에 공공 영역에서는 개인 신분 확인을 위한 인증서, 공증이 필요한 공공문서 등 공공 서비스, 증권거래, 결제송금, 투자대출, 무역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또한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거래 당사자들이 서로 합의된 조건만 만족시키면 자동으로 거래가 되는 각종 스마트 계약이나, 전자투표 시스템 구축 등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2015년 등장한 최초의 가상 국가인 비트네이션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신원을 확인하고 시민의 신분증을 발급하고 있으며,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주민등록증을 도입하였다.

 

현재 폐쇄형 분산원장을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금융권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와 IT기업들은 증권거래 등의 금융거래정보 기록과 관련한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 장외주식 발행 및 거래시스템인 Linq를 개발하였으며, 2016년 호주증권거래소는 대고객 주식거래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폐쇄형 블록체인 시스템 개발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도 단점이 있다. 일단 블록에 한 번 기재된 거래는 취소가 불가능하다. 보유금액을 재사용하는 것, 즉 이중지불을 방지하기 위해 취소가 불가능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착오라든가 실수에 의해 거래된 피해를 취소하여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최근 과도한 작업증명 경쟁으로 인해 일부 국가에서는 전력이 급속도로 소모되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아이슬란드의 경우 암호통화 채굴로 인해 소요되는 전력 소비량이 가정용 전력 소비량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암호통화가 왜 문제인가?

 

그렇다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암호통화가 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이는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과는 별개로, 암호통화의 가치가 과도하게 뛰면서 남녀노소가 무분별하게 암호통화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암호통화인 비트코인의 국내 거래규모는 가격 상승 기대심리 확산, 신규 투자자 유입 등으로 지난해 엄청난 가격 상승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기적 거래까지 가세하면서 가격 변동폭도 지나치게 커졌다. 참고로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빗썸, 코인원, 코빗, 업비트와 같은 거래소들은 작업증명의 과정을 통해 획득한 암호통화를 현금화해주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소라기 보다는 교환소에 가깝다.

 

결국 이러한 가격의 급등과 변동성 확대로 빚을 내어 투자를 하는 경우까지 생겼고, 그 과정에서 돈을 잃고 자살하는 소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블록체인은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암호통화를 거래하는 거래소 자체는 해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거래소들이 해킹을 당해 막대한 손해를 보기도 했다. 올해만 들어서도 일본의 암호통화 거래소인 코인체크가 해킹을 당해 5600억원 규모의 암호통화를 도난당한 데 이어, 이탈리아 거래소인 비트그레일도 1800억원 규모의 암호통화가 도난당했다. 또한 암호통화가 마약, 테러 등 불법자금과 각종 탈세를 위한 수단으로도 악용될 우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더 이상 암호통화 시장을 방치하지 않고 각종 규제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암호통화에 대한 주요국의 규율 체계는 서로 다르다. 미국의 경우 암호통화 서비스업체에 대한 인허가를 포함하는 규제체계를 2015년 도입했으며, 일본은 암호통화를 일찍부터 자금결제에 관한 법률안으로 끌어들여 암호통화를 거래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반면 중국의 경우 중국 화폐시장에서 암호통화 사용을 금지하고, 금융기관의 암호통화 관련 서비스를 불허하며, 중국내 ICO(Initial Coin Offering)로 금지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가상통화와 관련해 마땅한 법·제도가 없어 전자금융거래법에 기반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암호통화를 유사수신 행위로 보고 모든 암호통화의 ICO를 금지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나라별로 암호통화에 대한 규제가 제각각이다 보니 오는 319~2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암호통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참고로 ICO란 어떤 업체가 비트코인과 같은 코인을 발행함으로써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비상장기업이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그 주식을 법적인 절차와 방법에 따라 주식을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팔고 재무내용을 공시하는 IPO(Initial Public Offering)에서 차용한 개념이다. 그런데 IPO는 일단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 기업의 가치를 바탕으로 주식을 발행하여 실체가 있는 데 반해, ICO는 기업의 실체도 없이 초기 자금 모집을 위해 행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ICO 과정에서 사기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ICO를 전면 금지한 국가는 중국과 한국 두 나라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ICO는 국경을 초월해 글로벌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개인적인 참여를 막을 수 있는 원천적인 방법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스위스의 경우 크립토벨리를 조성해 블록체인 관련 기업이나 ICO를 진행하는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의 전망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재 나와 있는 1,335종의 암호통화가 모두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항상 변화하는 새로운 기술에 의해 기존의 기술이 대체되는 정도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다.

 

또한 암호통화는 개발자와 채굴업자 등에 의존하고 있고, 신축적인 유동성 조절도 어렵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현재의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또한 수수료, 가격 안정성, 결제 처리시간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암호통화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등을 대체하는 지급수단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될 여지도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특수한 지급수단으로는 계속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의 규제 방향에 따라 앞으로 암호통화 시장의 거래량과 가치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발전과도 맞물려 규제의 폭을 어떻게 가져갈지 판단하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인 암호통화에 대해 과연 정부가 어떤 규제를 도입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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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8-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