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사랑하는 쌤by 주아나

 

 


사랑하는 쌤~

너무 오랜만에 편지를 써요.
잘 계셨죠?
스승의 날이 되니 더욱 생각이 나요.
이런 날만 기억하면 안 되는데……. 히^^
쌤께 공부를 배운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만큼 흘렀어요.

제가 쌤을 좋아하는 이유는 공부를 너무 잘 가르쳐 주세요.
사실 선생님 중에 애들 상태 파악도 안 하고 진도 팍팍 나가는 분도 많고요,
무슨 말인지 설명도 안 해 주고 그냥 넘어가시는 분도 많아요.
그런데 쌤은 그 어려운 내용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세요.
그래서 공부라면 싫어하던 제가 끝까지 공부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저 말고도 공부 포기한다면서 펜을 놓은 애들이 한 둘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쌤께서 그 애가 이해할 때까지 계속 설명해주시니까 결국 다 따라갔어요.
쌤이 포기 안 하시니까 우리도 포기 안 하는 거 같아요.
 
쌤~ 어떤 애들은 같은 공부 자꾸 해요? 하면서 불만불평도 터트린 거 알아요.
사실 저도 그런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저도 말 안 듣는 동생과 같이 있다 보니알게 되었어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왜냐하면, 동생이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까 혈기가 쭉쭉 올라오더라고요.
등짝 스매싱도 얼마나 많이 날렸는지…….
사실 제가 누굴 때릴 입장은 아닌데 말이죠. ㅜㅜ
사실 이게 답이라고 수십 번, 수백 번 하면 알아들을 법도 하잖아요.
그런데 문제가 생기면 답을 못 써요. 그리고는 왜 답을 알려주지 않았느냐며 삐지죠.
쌤은 최선을 다하셨어요. 말귀를 못 알아먹은 것은 우린데요.
그런데도 혼을 내시기는커녕 내가 설명이 부족했나 하면서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전에 배운 건데 또 하네~ 이러잖아요.


쌤은 정말 착해요.
저 같으면 “야! 소귀에 경 읽기다. 이제 안 가르쳐 줄 거야!!” 하며 화를 버럭 질렀을 거예요.  
또 쌤은 항상 먼저 보여 주세요.
다른 선생님들은 말씀은 잘하시는데 행동은 잘 안 보여 주시더라고요.
감사하는 마음을 공부할 때도 제일 먼저 감사하는 모습을 종일 보여주셨어요.
어른들 앞에도 우리 앞에서도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감사하시니까,
저희도 그 행동을 따라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예요.
운동하라 하시면 제일 먼저 운동장에 나가서 몸 푸시는 것이 쌤이에요.
쉬는 시간에도 틈틈이 손 체조하는 것도 보았어요.
그래서 우리 반에 운동 붐이 일어났잖아요. 금세 식긴 했지만…….^^
그런데 선생님은 지금도 운동하고 계셨어요. 친구들도 쌤 대박이래요.

쌤~ 너무 좋은 분인데 정말 친해지고 싶은데, 전 너무 소심해요.
저는 표현을 잘 못해요.
제가 너무 숨어 지내니까 쌤은 내가 이 반에 있다는 것을 아실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말재간 있거나 특별한 친구들은 쌤과 친한 것 같았어요.
어떻게 쌤과 농담 따먹기를 할 수 있지? 완전 부럽다.
우와 부럽다. 나도 쌤과 저렇게 친구하고 싶다~
쌤과 친구라……. 학교생활의 꿈이 아닌가 싶어요.
쌤이 누구만 따로 예뻐하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아요.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죠.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쌤은 저를 많이 도와주고 계셨어요.
제 꿈이 작가인 거 아시죠?
매년 자기소개서에 제 꿈을 적었지만 사실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어요.
사실 저도 어떤 분야에 어떤 종류의 글을 써야 할지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많은 기회를 접하게 되었어요.
쌤은 어느 날 연극을 한번 해봐라, 학급신문에 기사 한 번 써볼래?
반 행사에 사회자 멘트 써오라고 시키시고, 문학 동아리에도 넣어 주셨죠.
문맥이 안 맞는 글로 혼이 나기도 하고, 쓴 글을 다 엎어가며 새로 쓰기도 하고,
핵심을 잘못 파악해서 글이 산으로 간 적도 여러 번이었어요.
왜 이렇게 시키실까? 나는 이 길이 아닌가? 하며 마음고생 많았어요. ㅜㅜ
그러나 그 몸부림으로 지금 저만의 글을 찾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아주 가-끔은 글이 들로 가고 바다로도 가지만요. ㅎ
이런 것을 보면 저만 안 친했지 쌤은 은밀하게 정말 많이 도와주신 것 같아요.
이 편지 보시면 나는 친했는데, 너는 아니었구나…….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허걱, 반성합니다.

쌤,
스승의 날 맞이해서 쌤을 추억하며 펜을 들었어요.
하나님이 창조한 인생을 하나님의 마음으로 공부시켜 주신 나의 스승,
인생 공부는 따로 졸업이 없죠?
매일 쌤을 만날 수 있어 완전 좋아요.
공부도 열심히 할게요. 수업시간에 딴 짓 안 할게요. ^^
쌤~ 감사합니다.




- 꽃제자 문학소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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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5-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