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기도

날개단약속|2017-06-20|조회 552

 




오늘 세탁할 옷들을 살피다 나온 두 친구,

동그라미와 네모를 환영하며 다리미판에 올려두었다.

그런데 그만 나의 실수로 동그란 친구가 버리려던 쓰레기 봉지에 쏙 빠져버렸다.


청소기 필터에서 나온 먼지들이 가득한 쓰레기 봉지였는데, 바닥까지 떨어졌는지 

순식간에 보이지도 않았다. 난 이 먼지 더미를 헤집어서 이 친구를 구해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이 친구를 찾으려고 먼지 더미를 들썩이다 내 코와 입속으로 미세먼지가 들어갈 걸 생각하니 

영 불쾌해져 인상이 찌푸려졌다. 게다가 그 작은 동그라미가 보이기조차 않으니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저걸 다 뒤엎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그 순간

"너의 작은 의도 쉽게 포기하려느냐?"

하는 느낌이 막대기 같은 문장으로 내 뒤통수를 탁 때렸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땅 판다고 거저 생기란 법이 없는 이 귀한 걸 순간 손이 더러워질까 봐 포기하려 하다니.

이 동그란 친구가 요즘 워낙 존재감이 없긴 하지만, 전과 달라진 나의 태도에 깜짝 놀랐다.


내 뇌에선 작은 비상벨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인생 살며 하나님 앞에 큰 의를 행한 것이 없는듯한데

그나마 행한 의를 까먹는 행동을 아무 생각 없이 서슴없이 하는 건 아닌지,

내 머릿속을 진단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지갑 속 이 동그라미 친구들을 소홀히 대하고 있어 경제에 비상 신호가 오려나?

아니면 바쁘다고 소홀히 하고 있거나 잘하고 있기에 아예 필요 없다 결론지은 것은 없는가?

나의 동그라미 친구들이 어딘가 또 있을 것만 같았다.


순간, 찰나에 벌어진 일이지만 왠지 식은땀이 났다.


돈이 있어도 시간이 있어도 쓰지 않으면 무가치한 것이고, 의가 있어도 하나님 안에서 써먹지 않으면 

세상에 남기는 것밖에 더 되겠는가?

그런데 멀쩡히 있는 것조차 귀찮다는 이유로 포기하려는 나의 정신 상태는 비상사태에 해당된다.


다행히 먼지 뭉치를 밀치고 동그란 친구를 쉽게 꺼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저 꼬깃꼬깃한 네모 친구를 발견했을 때 난 어떠했던가? 환희의 빛으로 물들었다면 과장이고,

배시시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었다.

'구겨진 모습조차 귀엽구나' 하면서.

그래서 다리미판에서 멋지게 맵시를 뽐내주려고 했었다.


그렇지만 그래 봐야 네모 친구와 동그라미 친구의 차이는 999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은하 철도 999가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차이가 크다면 크지만 작다면 작다는 얘기다. 

그러다 '동그라미 친구를 버리면 네모 친구도 버릴 수가 있겠구나'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이리저리 계산을 해대는 나의 뇌는 어느새 저 네모 친구처럼 꼬깃꼬깃해졌다. 

아~ 은하철도 999처럼 끝도 없는 여행은 사절이다.


오늘 울린 비상벨 소리를 듣고 역시 기도로 점검에 들어가야겠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라고 말한 누군가처럼 하나님은 나의 깊은 기도가 고프신 것 같다. 

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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