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kyway Children’s Stories by Milky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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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_연재칼럼_Milkyway Children’s Stories

나는 탕자의 형(兄)입니다

도저히 나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두 눈 멀쩡히 뜨고 살아 계시는데 미리 제가 받을 유산을 챙겨달라 졸라서 엄청난 재산을 들고 먼 타국으로 사라진 동생 녀석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동구 밖에서 기다리시는 것이 매우 못마땅했고.

또 결국 예상했던 대로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거지꼴로 돌아온 그놈

그놈이 도대체 뭐가 예쁘다고 살진 소까지 잡아 동네잔치를 베푸시기까지.


곁에서 묵묵히 뼈 빠지도록 일한 장남인 저에게는 그 흔한 양 한 마리 잡아 주지 않던 모진 양반...


이런 부당하게 편애에 빠진 노인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 ‘부당함’에 대해 끓어오르는 분노를 겨우 참고 있던 꼭 이때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버지의 죽마고우이자 옆 마을서 크게 포도원을 일구시던 포도원 주인과 일꾼 간에 벌어졌던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내 귀에 들려 온 것이 꼭 그때쯤이었습니다.


아마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여러분들도 한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새벽 6시부터 일한 일꾼과 오후 5시부터 단 한 시간 일한 사람에게 똑같은 일당을 지급했던 포도원 주인.

이 이야기가 마치 내 아버지와 나 사이의 이야기와 비슷해 보여서 '유유상종, 아버지에 역시 그 친구'라고 싸잡아 욕했던 저 입니다.



세월이 한참 흐르고 아버지와 그 친구분께서도 돌아 가시고 이제 내가 아비 되어 자녀들을 기르고 있다 보니 이제야 ‘아비의 마음’이 이해가 될 듯 합니다.

당시의 저 같았으면 몇 번이고 사람을 보내 탕자 녀석을 당장 집으로 끌고 왔던지, 아니면 그 근처 어디에다가 감금을 하거나 했을 텐데....

그저 기다려 주셨던 그 마음을...



아 참, 탕자 이 녀석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하시죠?


탕자는 젊은 날 한 번 크게 실패한 것을 교훈 삼아 이제는 저와 모든 것을 의논하면서 아버지께 물려 받은 유산을 기반으로 함께 사업을 잘 하고 있답니다.

동생의 실패 경험이 실제로 큰 도움이 되어 물려 받았던 재산의 수 십배의 재산을 축적하게 되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고,

'오히려 동생의 실패 경험이 없었다면 어쩔 뻔 했을까?' 그 때 아버지의 '기다려 주심'이 얼마나 지혜로운 것이었던가 새삼 놀라고 있습니다.,



포도원 주인 사건에 대해서도 뒤에 그 자초지종을 확인하고 보니 사실은 이러했더군요.

포도원 주인은 끝도 보이지 않은 만큼 광대한 포도밭을 운영하면서 이미 수많은 일꾼을 고용하고 있던 터였다고 합니다.

어느 날 하루, 길을 가다 일 없어 노는 사람들을 보고 불쌍히 여겨 굳이 필요 없던 일을 따로 만들어 일을 시켰던 것이었고 그들에게 준 일당 역시 주변 다른 농장 일꾼들에게 주던 평균시세를 훨씬 넘어서 꽤 오랜 기간 식구들을 먹여 살릴만한 금액을 주신 것이었더군요.



요즘으로 따지자면 일당 8만원 정도를 새벽부터 일찍 7~8시간 일한 사람과 오후 늦게 1시간 일한 사람에게 똑같이 준거였다면 몰라도 아예 이들에게 한 100만원 정도 준거라면 8시간 일한 사람도 1시간 일한 사람도 그저 놀라며 감사, 감격해야 하는 그런 거였지 시간당 얼마를 치러야 한다고 다툴 일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일한 ‘대가’를 주신 것이 아니라 ‘긍휼과 은혜’를 베푸셨음을 모르고 '대가'를 따지려던 부지런한(?) 일꾼들을 나무라신 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나의 아버지도 포도원 주인도 결코 불공정하거나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리고 그 일꾼들이 행한 것 보다 이미 훨씬 더 많은 사랑과 은혜를 베풀어 주신 분들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깊이 깨달은 것은...

하늘 앞에 내가 열심히 한다고 우쭐대고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이와 마찬가지로 내가 보기에 잘 못 하고 실수하는 듯 한 형제를 비난하고 몰아붙일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하늘 입장에서 쳐다 보시면 우리의 공(功)도 과(過)도 그저 '도토리 키재기'이고 '오십 보에서 백 보'입니다.


성경을 보니 예수의 제자들이 서로 자기가 더 낫다고 주의 우편에 누가 앉아야 될지를 의논하고 있을 때 예수께서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도토리 키재기)

예수께 간음죄를 저지른 여자를 그의 앞에 끌어 다 놓고 어떻게 해야 될 지 따져 대는 유대인들을 보면서 '죄 없는 자가 돌로치라'하심은 속으로 '오십 보 백 보'를 생각하셨지 않았을까요?


구원은 나의 잘잘못을 따져 '대가'로 결정 되는 것이라기 보다 오직 사랑과 은혜로 결정 되는 것인가 봅니다.


우리 형제를 무조건 이해해 주시고 사랑으로 품으셨던 내 아버지의 마음,

일한 '대가'가 아닌 '필요 했던 것'을 따지지 않고 관대하게 베풀어 주셨던 포도원 주인의 마음을 이제서야 이해하게 된 것이 너무나도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2023.11.19 주재형 삼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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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1/19/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