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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잘못이 없어요!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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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이들을 데리고 산속으로 걸어간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이들은 빵조각을 몰래 떨어뜨리며 따라간다. 자기를 버리러 간다는 걸 알고 있다.

빵조각을 새들이 먹어버릴 줄이야!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해 헤매던 아이들은 마녀의 과자 집을 발견한다. 헨젤 오빠를 구하기 위해 마녀를 불 속으로 밀어버린 그레텔. 겨우 살아난 아이들은 아빠가 있는 집을 찾아간다. 마녀의 집에서 가져온 보석을 한가득 주머니에 넣고. 이제 가난 때문에 버리진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왜 자기를 버린 아빠에게 돌아갔을까?"
내 질문에 이제 겨우 유아티를 벗은 1학년 아이들이 대답한다. "아빠가 보고 싶어서요", "가족이니까요." 다른 물음을 해본다. "또 버릴 수도 있잖아? 마녀의 집에 남으면 먹을 것도 많고 더 좋지 않아?"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는 듯, 당황하던 아이들은 대답한다. "무섭잖아요.", "동물이 있을 수도 있어요!" "아빠한테 가면 안전해요."

몇 년 동안 여러 아이를 만나 똑같은 질문을 해 보지만 반응은 똑같다.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 분명 아빠의 잘못이 뚜렷하고 화낼 만도 한데, 정말 단 1명의 아이도 아빠가 잘못했다고 하지 않는다. 잘못이라면 아빠에게 잔소리한 새엄마에게 있고, 아빠와 앞으로 행복하게 살겠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부모란 그런 것일까? 이성으로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고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존재. 그것이 부모인가 생각해 본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이성의 영역이 아니듯, 부모를 향한 아이의 마음도 그러한 것 같다. 오히려 질문이 잘못된 게 아닐까. 아이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것을 건드린 것 같은, 질문하면 안 될 것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느껴진다.

세상에는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많다. 나에겐 하나님이 그렇다. 누군가 왜 하나님을 믿냐고 물어본다면 나름 머리를 굴려 가며 이성의 도움을 받아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내 마음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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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8/15/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