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백조공주 이야기by 주아나

 

 

 

 

 

 

한 공주가 있었습니다.

 

그녀에게는 11명의 오빠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마녀의 저주로 낮에는 백조가 되고

밤에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끔직한 저주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공주는 간절히 기도하였고 어느 날 천사가 찾아와 왕자들의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게 됩니다. 천사는 마녀의 묘지 주위에서 자라는 쐐기풀로 긴소매 윗도리를 만들어 입혀야 하며 손과 발에 고통을 참고, 만드는 동안 말을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말을 하게 되면 그 말이 비수가 되어 왕자들의 심장에 꽂히게 된다고 했습니다. 공주는 바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돌아온 왕자들은 공주가 말없이 쐐기풀로 옷을 만드는 것을 보곤 왕비가 저주를 걸었다 생각하고 엉망이 된

손과 발을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느 날 공주가 혼자 옷을 만들고 있는데 사냥을 하던 왕의 눈에 띄어 공주를 데려가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도 공주는 말없이 쐐기풀로 옷을 만들었습니다. 쐐기풀이 부족하게 되어 공주는 마녀의 묘지로 가게 되었고 그것을 본 신하들은 공주를 모함하게 됩니다.

 

“쐐기풀로 옷을 짓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저 사람은 마녀임이 틀림없다.”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당장 죽여야 한다.”
“당장 끌어내어 불에 던져라!”

 

열 한벌의 옷이 완성될 때까지 말을 할 수 없다는 약속을 지키지위해, 마녀로 몰리고 화형에 처하는 순간까지 차마 한 마디 변명도 하지 못한 채, 공주는 감옥 안에서 묵묵히 쐐기풀로 옷을  만듭니다. 그리고 화형식이 다가옵니다.  

 

근래 이 이야기를 들은 날 저는, 저를 신앙의 길로 인도해 주신 한 분이 생각났습니다.
사실 제 삶은 때론 사람 같이 살다가도 때론 짐승 같이 살곤 했었습니다. ‘참아야 돼’ 하는 마음과 ‘아이씨 못참아’ 하는 생활이 왔다갔다 반복되었으니 낮에는 백조, 밤에는 사람으로 변하는 왕자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런 나를 위해 묵묵히 기도해주고 좋은 말씀 전해주신 그 분에 대해 ‘왜 저렇게 답답하게 살까?’, ‘이상해. 뭔가 꿍꿍이가 있나?’,  저는 참 많은 오해를 했습니다.

 

누가 오해해도 뭐라해도 묵묵히 자기 길을 가신 분이셨습니다. 이제 그 분의 사랑으로 지은 기도의 옷을 입고 좋은 말씀의 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아직 가끔 백조로 변신하지만 그래도 못된 성격의 저주가 많이 풀린 것 같습니다. 이제야 생각해 봅니다. 그 얼마나 오랜 시간 나 때문에 힘들었을까.
쐐기풀 짓듯 두 손 모아 나를 입히신 그 거친 손과 발을 꼭 붙잡아 드리고 싶습니다.

 

아마도 내가 온전한 모습으로 변신했을 때 제일 기뻐하시겠죠?

조회수
10,280
좋아요
0
댓글
6
날짜
2013-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