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고메 이야기by 날개단약속

20200330고메이야기.jpg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고메에요.
내 친구들이 지어준 이름인데 경상도 말로 고구마를 고메라고 불러요.
나도 내 이름이 맘에 들어요.
우리 엄마는 보통 웨스티라고 불리는 웨스트 하이랜드 화이트테리언이고 아빠는 떠돌이 개에요.

엄마와 헤어질 때 아무렇지 않았는데 며칠 지나니 엄마랑 형제자매들이 보고 싶어 낑낑댔어요.

나는 이제 7개월이 되었어요.
많이 자랐고 씩씩해졌죠.
내가 사는 마을은 대포라는 작은 어촌이에요.
여기는 매년 전어 축제가 열리고 집 안에 있어도 바닷가 냄새를 솔솔 맡을 수 있어요.
밤에 눈을 감고 있으면 파도 소리도 들려요.
처음엔 그 소리가 무서웠지만, 지금은 파도 소리를 안 들으면 잠이 안 와요.

내가 사는 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큰딸이 살고 있어요.
할머니는 나를 무척이나 아끼고 좋아해 주지만, 할아버지는 나를 몇 번 때리기도 했어요.
그렇게 아프진 않아도 이제 할아버지를 보면 도망가거나 숨어버려요.
큰딸은 20년 동안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공부하고 얼마 전에 돌아왔어요.
큰딸은 저에게 가끔 양념 발린 치킨을 주기도 하는데 정말 꿀맛이에요.

그리고 주말에는 막내딸 가족이 놀러 와요.
내 친구 민규와 지윤이는 나를 엄청 좋아하죠.
처음에는 나를 너무 많이 만져 귀찮아 피하기도했어요.
막내딸은 멀리서 나를 보고 웃기만 하는데 요즘은 간식도 사서 할아버지 몰래 주기도 하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너른 밭을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거예요.
땅은 아무리 파도 힘들지 않아요.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거나 새를 보면 나는 점프를 곧잘 해요.
그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까르르 웃죠.
그래서 나는 자주 점프해요.
내 다리는 꽤 짧지만, 어른의 겨드랑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어요.

온 동네를 활보하는 나를 못마땅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특히 할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은 집을 봐뒀다 그 집에 가서 고양이 밥을 먹고 오거나

양말 하나를 물고 오기도 하죠.
처음에는 누구 짓인지 모르던데 몇 번 더 하니 금방 들통이 났어요.
할머니 입장이 난처해질까 봐 이제는 안 그래요.

그리고 뒷집 아저씨 밭은 시원하게 볼일을 보기에 최고 좋은 장소에요.
그곳만 가면 볼일이 보고 싶어요.
볼일을 보면 재빨리 흙을 파서 묻어버리죠.

며칠 전에는 할아버지와 큰딸과 같이 해안도로에 산책하러 갔어요.
나는 완전히 신나서 마냥 뛰어다녔죠.
내 털에서는 아마 바다 냄새가 날지도 몰라요. 엄마가 날 만나면 못 알아볼지도 모르죠.

나는 이곳이 참 좋아요.
할아버지가 집안으로 나를 들여보내지 않아도 난 괜찮아요.
내일은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오늘 밤도 파도 소리 들으며 잠을 자요.


조회수
29,321
좋아요
6
댓글
3
날짜
2020-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