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불사가 좋아, 불로가 좋아?”
“나는 둘 다 싫어. 그냥 나이 들어 죽을래”
“몇 살쯤?”
“한... 90살 정도만 살면 되지 않을까?”
“안돼 에에~~ 엄마는 슬퍼하는 아들 생각은 안 해???”
“아, 그럼.... 100세?”
내가 죽으면 슬퍼할 아들이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아직은 어려서 엄마가 없다는 건 상상이 가지 않겠지만 더 자라 성인이 되고 가정을 이루게 되면 달라질 것이다. 여전히 엄마의 죽음은 슬픈 것이겠지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어른이 되어있을 테니까. 영원히 산다거나 아주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나 스스로 일을 할 수 없는 때가 되면 죽어야 하지 않을까. 더 산다고 해도 죽기 아까울 정도로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 같진 않다. 지금의 나는 충분히 행복하지 않을까? 이 정도면.
나는 어느 정도 부족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부족함을 크게 느끼진 않았다. 크게 바라는 게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참 머릿속이 복잡하고 삶이 힘들어질 시기엔 하나님이 계셨다. 기도할 수 있었고, 항상 내 삶을 잡아주고 계신다고 믿었기 때문에 내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힘들어도 마음만은 바닥을 치지 않았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인생인가.
지금 나는 꽤 잘 번다. 가진 것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해 갚아야 할 빚이 많고, 그다지 절약 정신이 강한 사람이 아닌 탓에 모은 돈도 없어 여유롭진 않지만, 이 정도로 계속 번다면 갚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언제나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지금의 나도, 그때의 나도 ‘내가 만든’ 모습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다. 뭔가를 열심히 해서 일구어냈다면 그것이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특별한 노력을 한 적이 없다. 그저 주어진 일을 해나가고 있을 뿐.
나는 하나님의 프로그램 안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의 거대한 빅픽처 안에서 내 삶이 이루어지고 있는 거겠지. 하나님 생각에 지금 나에게 돈이 필요하니 돈을 주신 것이고, 앞으로 다른 것이 필요해지면 돈을 거두어 가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나님 안에 사는데 불평할 게 있을까? 다만 내 잘못으로 하나님의 빅픽처가 어긋나는 일이 생긴다면 회개할 일이다. 하나님 안에서 늘 기도하며, 이렇게 뒹굴뒹굴 행복하게 살다가, 내 살아있는 동안 해야 할 일 하나, 꼭 해 드리고 90쯤엔 죽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들이 슬퍼하려나? 그럼... 100세? ㅋ 이렇게 건강 챙기지 않고 대충 지내는 걸 생각해보면 무사히 90까지 사는 것도 불가능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