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기지개 켜다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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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책을 끝냈다.
세 번째 책이다. 한 달간 끈질긴 줄다리기 끝에 승리 같았다. 글자 배열 맞추랴, 글에 맞는 디자인 고르랴, 전체 이미지 통일하랴…. 뇌 하드 한계를 시험하는 책 디자인 작업은 종종 과부하를 일으키며, 땅바닥에 쓰러져 멍때리기 오류를 일으키기도 했다. 대체로 1~2시간 안으로 복구가 되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록 뇌가 멜롱한 상태를 이어간다면, 그때는 서비스센터 출동이다.

천사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성령의 기름칠도 해주고, 끊어진 영감의 전깃줄도 이어주고, 뇌 CPU 속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해 준다.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리면 심장박동기를 가져와서 내 정신 메인보드에 전기충격을 가한다. 두궁 두궁!! 드디어 내 눈빛이 컴퓨터를 향해 슬금슬금 눈짓한다. 마음 변하기 전에 얼른 가줘야 한다. 내 다짐은 생각보다 유통기한이 아주 짧다. 그렇게 마우스를 부여잡고 작업을 이어간다.

완성한 책들을 제 주인 찾아 떠나보내니 이제야 마음이 홀가분하다. 무거운 짐을 벗은 느낌이다.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 춤 좀 춰 볼까?~ 글들이 이 언니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응? 손가락이 춤을 추지 않는다. 이렇게 자유로운데 왜 춤을 추지 않는 거지? 근육이 죽었다. 3일만 운동을 게을리해도 근육이 풀어진다더니, 한 달을 쉬었더니 글 근육이 다 풀어지다 못해 물이 되었다.

일기를 쓰든지, 남의 글을 필사하든지, 글 근육이 풀어지지 않게 종종 잡아줬어야 했는데, 책 만든다고 정신줄 놓더니 글도 같이 놔버린 모양이다. 어쩐지 멍때리고 싶더라니….

업데이트할 때인가 보다. 그래, 3일만 투자해보자. 책을 읽든, 명상을 하든, 아무 글이나 끄적이든 해보자. 그러면 뇌 속, 심장 속, 생각 속 숨어 있던 글들이 고개를 들어 근육이 꿈틀대지 않겠어!

2022년이다.  키보드 위에서 기지개 좀 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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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5/2/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