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계약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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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 : 내 짝이 될 만한 좋은 사람 있습니까?
복덕방 : 조건 좋은 사람 하나 있습니다.
야곱 : 어디 있습니까?
복덕방 : 라반네 딸들이 아주 신앙도 좋고 평판이 자자합니다. 절대 놓치면 안 됩니다.
야곱 : 그래요? 누가 채가기 전에 당장 봐야겠네요.

야곱 : 삼촌!
라반 : 내 조카라니!
야곱 : 삼촌이니 절대 믿을 수 있네요.
라반 : 당연하지. 그래 누굴 원해?
야곱 : 라헬이요. 너무 예쁘네요.
라반 : 보는 눈이 있네. 좋네. 인연 맺지~
야곱 : 계약조건은요?
라반 : 라헬 얼마나 귀하게 키웠는지 한눈에 보이지?
야곱 : 제가 이 집에서 7년 무임금으로 일할게요.
라반 : 콜!
야곱 : 그래요. 그럼, 당장 복덕방에 전화해서 계약서 써야지~
복덕방 : 계약서 꼼꼼히 읽어요~
야곱 : 그렇구나. 그럼, 세부 조항까지….
라반 : 설마 내가 조카 상대로 사기 치겠어요~대충 읽고 지장 찍어~
야곱 : 역시 핏줄이 최고야~

<7년 뒤>
야곱 : 야! 이 사기꾼아! 조카를 상대로 사기를 쳐?
라반 : 무슨 소리야?
야곱 : 라헬로 약속해 놓고 레아를 줘? 삼촌 콩밥 먹일 거야
라반 : 아~ 그거? 세부 조항 자세히 읽어봐
야곱 : (계약서를 보이며) 아니 폰트 1로 해놓으면 어떻게 읽어~
라반 : 어쨌든 계약서에 첨부한 대로 언니부터 계약하는 게 여기 룰이야.
야곱 : 아오~ 저 사기꾼
라반 : 그럼 나랑 계약 안 할 거야? 라헬 다른 곳에 넘겨??
야곱 : 내가 이번에 꾹 참는다. 계약 기간은?
라반 : 7년?
야곱 : 와. 완전 도둑이네
라반 : 싫어? 게다가 반말까지~ 나 장인인데~
야곱 : 아…. 아…. 아니. 아니요. 계약할게요. 눈물
라반 : 7년이면 거저야 거저.
야곱 : 이번엔 계약서 꼼꼼히 봐야지~

<또 7년 후>
야곱 : 드디어 라헬 득템... 나와의 긴 싸움이었다.
라반 : 축하축하~ 드디어 다 이뤘네!
야곱 : 근데 이상해~
라반 : 원래 딸들 다 줬는데 뭐가
야곱 : 아니 장인어른~ 어떻게 딸들만 딸랑 보냄? 남들은 딸 힘들까 봐 혼수며 가전 가득 보낸다는데!
라반 : 아~ 그건 계약서에 쓰여 있지 않았는데?
야곱 : 아니 그걸 꼭 써야 하나~
라반 : 아님 말고~
야곱 : 딸들을 상대로 너무 해 먹는 거 아냐?
라반 : 이것이 바로 장사꾼의 자세지~ 내가 괜히 부자가 된 줄 알아?
야곱 : 전부 내가 해준 건데….
라반 : 내가 인심 썼다. 혼수 넉넉히 해줄 테니 7년 오케이?
야곱 : 뭔 놈의 혼수를 7년이나…. 그 기간이면 빌딩을 사고도 남겠다.
라반 : 싫으면 맨몸으로 나가든지~
야곱 : 아…. 계약서…. 내가 다시는 안 당한다.

<또 또 7년 후>
라반 : 혼수 장만하느라 고생했네. 뭐 갖고 싶어. 다 줄게~ (좋은 거 빼고)
야곱 : 이번엔 내가 계약서 작성해 봤어요.
라반 : 뭐?? 뭔데 (계약서를 읽으며)
땡땡이무늬 아롱진 거 거무튀튀한 거….
왜 하나같이 등급 떨어지는 것만 골랐냐?
야곱 : (어차피 좋은 거 안 줄 거 아니까) 장인이 좋은 거 가지셔야죠
라반 : (무식해서) 자네가 참 좋네.
야곱 : 계약서 작성합니다. 큭! (점 검은 것과 얼룩무늬는 다 야곱 거)

<그리고...>
야곱 : 7년 동안 열심히 키웠더니 새끼가 이자에 이자를….
잘 데려가 따님과 손자들과 잘 지낼게요.
라반 : 잠깐 이상해~
똑같이 키웠는데 내 것은 비실비실
자네 것은 우람, 튼튼 이거 이상한데?
야곱 : 뭐가 이상한가요? 계약서대로 잘한 건데?
라반 : 그래 계약서 꺼내봐
야곱 : 점돌이 얼룩이 검둥이 다 내 것.
라반 : 맞긴 한 데... 내 것만 오늘내일하잖아.
야곱 : 그럼 튼튼한 거 절반씩 나눈다고 조약에 넣지 그러셨어요.
여긴 그런 조약 전-혀 없는데~
라반 : 저.. 저것이... 내 수법을 그대로... 이거 내가 당했네. 우린 망했다.
야곱 : 삼촌 덕분에 21년 동안 계약서의 중요성을 가슴 깊이 새기고 갑니다.
어딜 가나 절대 안 당할 거 같아요~ 감사해요. 삼촌 아니 장인어른~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여러분도 무엇이든 꼼꼼히 살피시고 행복하세요~

‘확인 또 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