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부터
기다리던 님이었는데
여름 다가고
가을도 다가고
또 차가운 겨울도 마저 갔건만
오지 못한 님은
행여 봄이 오면
강남에 날아드는 제비처럼
쪽 빼고 올 줄 알았건만
봄도 가고
소쩍새 밤새 우는
여름도 깊었는데
올해도 오지를 않는구나
아,오지도 못할 님을
내 기다리지나 않는지
어느새 님은 내 옆에 와
나를 보고 있네
으악새 우는 초가을에
오신 님은
아,칠보단장하고 올 줄 알았건만
아,단장 못한 그 모습을
누가 알아 맞으랴
아,저 하늘에 흰구름 타고
신선처럼 못 온 님인데
그대로 님 기다린 자는 알고
도적같이 온 님을 맞고 기뻐
천년 근심 사라지게 하는구나
-1993년 9월 11일 토요일, 평창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