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 이정명 -
"이제 가자"
"안돼"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아. 그렇지"
글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대화이다. 고도가 무엇인지는 나오지 않는다. 이 글을 쓴 사뮈엘 베케트조차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글속에 썼을 것'이라고 했다.
두 주인공의 기다림은 우스꽝스럽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
어제도 오늘도 실망하면서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린다.
하무하고 무의미한 그들의 삶에서 희망이 있다면 오로지'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고도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끊임없이 기다리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라고 했다.
존재하기 위해, 살기위해 기다린다.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내가 기다린 것도 그들이 기다린 고도와 같은 것이었을까?
지금 나의 고도는 하나님이 되었다. 내 영의 존재를, 내 사랑의 실체를 인정했을 때, 꿈을 찾았을 때 나는 내가 기다린 고도가 무엇인지 알았다.
그리고 아직도 기다린다. 나의 고도가 내 삶에 스며들 때까지, 두 주인공처럼 무리력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이 아닌 긍정적이고 희망찬 모습으로 가득 찰 내 삶의 고도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