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결혼해 주십시오. 당신이 나의 아내가 되어 준다면 당신을 행복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피타고라스는 2는 여성의 수이고 3은 남성의 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2와 3을 더해서 나오는 5는 사랑과 결혼의 수라고 했습니다. 나는 당신과 결혼하여 5를 얻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당신을 닮은 아이 다섯을 말입니다.
이 편지는 19세기 수학의 왕이라는 위대한 독일 수학자 가우스의 청혼 편지이다.
우리에게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잘 알려진 피타고라스는 수를 만물의 근원으로 보고 각 숫자에 의미를 부여했다. 1은 신성한 하늘의 의미, 2는 여성으로 받아들여 땅의 의미로, 3은 남성을 의미했다. 4는 정의(正義)를 나타내고 5는 결혼을 나타낸다. 또 10은 우주 생성의 본질을 해석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수로 여겼다. 피타고라스학파는 10을 테트라크티스라고 불렀는데 이는 그리스어로 4겹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본질적인 원소로 믿어온 불, 공기, 물, 그리고 땅에 그들은 수 1, 2, 3, 4를 각각 부여하여 우주10=불1+공기2+물3+흙4로 표현하였다.
수에 뜻을 나타내는 이런 생각은 동양에도 일찍이 있었다.
중국에서도 일찍부터 숫자가 크기나 양만이 아니라 어떤 성질을 정하는 정성적(定性的)인 속성을 지니는 것으로 생각했다. 예를 들어 숫자1은 시작, 10은 수의 끝, 2와 3은 각각 땅의 숫자와 하늘의 숫자, 그 외에도 5는 생수(生數)의 극이고 6은 천지자연의 수, 그리고 1부터 10까지의 합인 55는 천지의 수라는 식의 생각이 널리 유행했다.
자연세계뿐 아니라 사회나 인간사를 포함한 세상 모든 일과 사물의 존재와 작용에 수의 신비가 담겨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가 생활에서 쓰는 운수(運數)라는 말에서의 수도 숫자 수이다. 그리고 ‘그럴 수가 있다’거나 ‘하는 수가 없다’ 같은 말들에 담긴 수라는 말에도 분명히 수가 어떤 일을 규정해 준다는 식의 생각이 담겨 있다.
인간은 우주와 자연에 담겨있는 수의 법칙을 알아내 이치와 지혜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이는 그 속에 담겨있는 창조주의 마음과 생각을 읽는다. 숫자로 쓰여 있는 우주의 메시지는 영혼의 언어로 변환되어 우리의 뇌 속에 입력된다. 그러고 보면 우주 속에 담겨있는 수의 법칙이야 말로 신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청혼편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