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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삼천포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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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는 예로부터 쥐포가 유명했다.
40∼50년 전만 해도 흔하디흔한 것이 쥐치였다.
살 부분에 포를 뜨고 난 나머지 머리와 뼈 부분은 개밥으로 삶아 주곤 했는데, 아직도 쥐치 삶던 냄새를 내 코는 기억한다.


거의 매일 집마다 쥐치를 손질하여 쥐포로 만들었는데, 쥐치를 작업하는 작업장이 따로 있었다.

생선이 그러하지만, 쥐치 역시 냄새가 많이 나는 고기였다.


엄마들이 센 숫돌에 칼을 갈아 포를 떠내면 아이들은 옆에 앉아 고기에 붙은 회색의 껍질을 벗겨냈다.

도울 아이가 없는 아줌마들은 칼로 떼고 껍질을 벗기는 2단계 작업을 혼자서 해야 했다.
학교를 마치면 친구들과 놀고 싶었지만, 혼자서 일할 엄마가 떠올라 자주 일을 도왔다.


벗겨진 쥐치는 맛있게 양념 되어 말려졌다.
어른 키만 한 높이에 반팔정도 너비의 발에 쥐치는 가지런히 놓여 햇볕에 말려졌다.

쥐치를 겹쳐 계속 줄을 이어서 말린 것을 줄포라고 한다.  혹은 두 세장을 동그랗게 해서 만들기도 했다.


쥐치의 속살 껍데기는 별미 중의 별미다.
말린 속살 껍데기를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려 반찬이나 안주로 먹곤 했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군침이 돈다.
지금은 그 많던 쥐치들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몸값만 높아졌다.
이렇게 내 유년시절은 늘 쥐치를 삶던 냄새와 함께 떠오른다.


지금도 삼천포 어촌에서 벌 수 있는 일로 조개 까기가 있다.
조개 한 망을 까는데 빠르기에 따라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중급 정도 실력이라면 두 사람이 조개를 깔 경우 1시간 조금 넘게 걸리고 세 사람이 깐다면 1시간 정도이다.
한 망의 조개를 까는 가격은 평균 13,000원~14,000원이다.
껍데기가 깨진 조개가 많은 것을 깔 경우 가격이 약간 높아진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높아지고 있지만, 조개 까기에는 적용되지 않나 보다.


하지만 팍팍한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 어촌가의 사람들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예전에는 온종일 몸을 웅크리고 앉아 조개를 깠지만,

지금은 무릎을 세울 수 있는 높이의 의자와 높이가 있는 테이블에 조개를 올려놓아 무릎과 허리에 조금은 무리가 덜 간다.
한 달, 부지런히 깐다면 100만 원은 벌 수 있다.


오랜만에 고향으로 와보니, 갯벌 냄새, 바닷냄새 품은 조개들이 집마다 들어있다.
화장실도 참으면서 한 마리라도 더 빨리 조개를 까려는 부지런함이 집마다 가득하다.


항공 산업으로 발전하는 삼천포 사천이지만, 그 배경에는 갯벌이 있었다.

항공 사업장은 갯벌을 메워 만든 것이다.
항공 산업도 훌륭하지만, 갯벌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쥐치도, 조개도, 모두 바다와 갯벌이 내준 우리 삶의 보물이었다.


쥐치가 사라져 버렸듯, 이 조개도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이 봄 하늘을 나는 많은 비행기 아래 여물어져 가는 조개를 부모님 옆에 앉아 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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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8-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