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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후원에서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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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가면 산과 바다가 널렸는데 이 무더운 여름에 서울 탐방이라니...


짧은 휴가 일정에 맞춰 가족과 서울 탐방을 하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빗방울이 후두두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서울로 올라가는 내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찬 빗줄기가 내리친다.


여러 코스 중 가장 마음에 닿는 곳은 창덕궁 후원이었다.
설명을 들으며 후원을 거닐다 보니 천 삼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
그 시대를 살던 정조와 효명세자, 그 주변의 몇몇 사람들을 만나고 온 듯하다.


긴 세월 수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차고 넘쳤을 이곳이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그 옛날 사람이 하나도 없다.
오직 둘러보며 잠시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 지나가는 나그네들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옛 정취가 내 생활에 고스란히 녹아드는 것 같은 아련함이
하루를 자고 또 하루가 지나가는 이 시간도 가시질 않는다.
재능 많고 잘생긴 적통 왕자 효명세자와 그의 죽음을 가슴 아파하며
몇 년 뒤 그를 따라간 순조의 슬픔이 전해지는 듯하다. 


조선 후기 왕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준비된 왕 효명세자는
다정하고 따뜻한 성품으로 시와 문학에 능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누이들에 대한 사랑을 편지로 주고받은 것이 다수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능에도 재주가 많아 부모님을 위해 만든 음악과 춤이 현재 궁중 예술을 대표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왕세자 교육을 받은 효명세자는 19세의 어린 나이에 건강이 나빠진 순조를 대신해 대리청정을 시작했고

대부분 정확한 판단을 하고 그때그때 일을 처리하며 훌륭하게 역할을 해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피를 쏟으며 쓰러진 후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고 꽃다운 22세 때 삶을 마감하였다.

조선은 준비된 왕을 잃은 것이다.

남편은 분명히 주변인들에 의해 독살되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 후에 헌종 철종 후 고종으로 이어지며 우리나라는 식민지로 접어들게 된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남편과 아이들은 이틀이 지나도록 그 시절 왕들과 역사에 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데

나는 그들이 살다 간 그 삶이 마음 아파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저마다 자기의 위치에서 자기 할 일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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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8/26/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