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 끝말잇기 해도 돼?”
막둥이가 가는 길이 지겨웠나 보다.
아직 목적지까지 걸어가는데 20분 정도 남았다.
“그래,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잠시 고민을 하다 간판에서 힌트를 찾는다.
“미용실.”
“실? 실?”
막둥이의 언어 보따리가 벌써 막힌다.
보다 못한 형이 한마디 거든다.
“그거 있잖아. 학교에 들어가면 신는 하얀 신발.”
“아~ 실내화.”
“실내화했지? 그럼.. 화분”
“화분? 분? 아이 또 모르겠네.”
막둥이가 포기하려고 한다.
내 머릿속 국어사전이 일사불란해진다.
‘분? 분장? 분자? 분가? 어려워. 말이 쉬워야 힌트를 알아먹지.
분... 아, 분수로 해볼까?’
“막둥아, 어린이 대공원에 상상 나라 앞에 물 막 나오는 데 있잖아.”
첫째도 내 말에 눈치를 챘는지 날 보고 싱긋거린다.
“그거 있잖아. 물 위로 나오는데. 우리 거기서 물장난했잖아.”
“아, 분수. 수! 내가 그걸 줄 알았어.”
휴, 한고비를 넘겼다.
“그럼 나는 수산화나트륨.”
“륨? 뭐야 어렵잖아. 나 안 해.”
비위 맞추기 어렵다. 난 첫째에게 눈을 찡긋한다.
첫째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수고.”
“고구마.”
“마요네.. 아니다. 마술.”
“그건 쉽지. 술래!”
“래? 래? 아~ 망했다.”
첫째는 특유의 장난스러운 몸짓으로 패배를 선언한다.
막둥이는 앗싸 하며 궁둥이를 흔든다.
“형이 많이 봐준 거야. 형한테 고맙다고 해야 해.”
“형아, 고마워.”
“다음엔 안 봐줄 거야. 너 삐지면 안 돼~”
“알았어.”
말놀이 하나로 참 많은 것을 배운다.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 이해한다는 것,
양보해주고 기다려주고, 자신감과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
작은 놀이에서 인생의 마음가짐을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