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새벽에 도둑이 들려고 했다고 한다.
남동생 내외가 분가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아침에 확인해보니 담벼락에 놓인 돌들이 무너져있고 가스계량기가 떨어지려고 했다.
돌을 밟고 가스계량기를 디뎌 담을 넘으려다가 실패한 것 같다.
이제 엄마가 혼자 사는 것을 아는 사람으로 추정된다.
그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심란해졌다.
당장 내가 오늘 밤 가서 잔다고 하니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듯 괜찮다고 했다.
어떤 놈이지?
이놈의 도둑놈 새끼.
욕이 절로 나왔다.
엄마가 혼자 살아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남의 집 담을 타는 도둑놈이 있듯 남의 마음 담을 타는 도둑놈이 있다.
상대방 마음의 담을 무례한 말로 허물어버리고 사라지는 도둑.
잔인한 말로 마음을 후벼파 버리고 도망가는 도둑.
엄마 집 담을 넘으려 했던 도둑을 욕했지만, 어쩌면 나도 남의 집 담은 넘지 않았지만,
남의 마음 담을 이리저리 넘으며 헤집고 다녔는지도 모른다.
모두 도둑맞지 않게 조심.
그리고 도둑 되는 것도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