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이웃인 외국인 유학생 부부가 아기를 출산한 날이다.
고향 떠나 낯선 타국에서 씩씩하게 사는 젊은 부부가 기특해 동생도 병원 밖에서 간호사의 말을 통역해주며 애썼다.
동생은 산모의 출산 과정과 귀여운 아기를 보고는 기뻐서 흥분상태다.
딸뻘이고 손주뻘이라며 마구 감정 이입한다.
헉, 우리 나이도 어마무시하구나.
제부도 졸지에 할아버지가 된 셈이다. 증조부뻘인 우리아빠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셨다.
저녁 식사 후 동생이 내 생일 축하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가족밴드에 동생들 축하 메시지가 올라왔다. 그런데 맨 밑에 엄마의 댓글이 대박이었다.
"ㅇㅇ생일 기억해주니 고마워. 탄생시킨 건 엄마지만!!!"
빵 터졌다. 촌철살인 엄마의 멘트가 허를 찔렀다.
동생과 나는 '생일엔 엄마에게 제일 감사하자'며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정작 나는 우리 애들더러 '나에게 평생 잘하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이는 부모가 낳았지만 아이가 부모를 선택한 것은 아니니까.
우리 아이들은 성장해서 어떤 선택으로 우리 부부와의 관계를 이어갈까 궁금해진다.
귀여운 아이를 출산하고 마냥 기뻐하던 그 시절과는 좀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된다.
요즘 시골집을 자주 오가며 부모님과 대화하며 오해를 풀며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귀한가를 느끼고 표현하는 과정이 새롭다.
내가 부모를 선택하라면 어찌 이런 분들을 찾아 고를 수 있었을까?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나의 생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