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이명 환자가 3명이나 있다.
한 달 전 동생이 갑자기 귀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병원을 찾게 되었다. 귀가 울려 상대의 말소리도 잘 안 들리고 일에 집중할 수 없고 깊은 잠을 잘 수도 없다고 했다.
남편은 군 복무 시절, 폭발사고 충격으로 귀에서 늘 매미 소리가 난다며 빗소리나 시냇물 소리 음원을 틀어놓고 일하는 걸 좋아한다.
아빠는 40대 때 뒤늦게 시험을 치르시느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이명이 생겼는데 평소 주무실 때도 TV를 크게 틀어놓아야 귀가 편안하다고 하셨다.
그런데 엊그제 신기한 일이 생겼다.
온라인 수요예배를 드리는 중에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기적 같은 일이 생겼어. 귀에서 소리가 안 나.
20년 넘게 매일 체조로 몸 관리를 해온 게 효과를 본 거 같아."하시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이럴 수가. 대박이다!'
나는 "아빠, 하나님께 감사드려야겠어요." 했다. 아빠 입에서 '기적'이란 단어를 듣고도 아빠의 귀에서 나는 소리의 고통을 공감해본 적이 없기에 좀 당혹스럽고 얼떨떨했다.
아빠는 "난 겪은 것만 얘기 할 거야."하시면서도 "아빠가 수고하고 애쓰신 걸 제대로 알고 행한 대로 갚아주실 분은 하나님이에요. 의인을 축복하는 것도 악인을 심판하는 것도 하나님만이 제대로 하신다고 믿어요." 하니 "그래, 그래 아멘"하시며 '할렐루야'로 통화를 마무리하셨다.
나는 감동대로 하나님을 증거했지만 그동안 아빠의 고통을 알아드리지 못한 철부지 딸 같아 민망했고, 묵묵히 일하는 남편에게도 너무 미안해졌다.
셋째 동생은 아빠가 그렇게 힘드신지 몰랐다고 죄송해했고, 둘째는 "제가 이명이 생기니 비로소 아빠가 이해돼요. 전 이명 때문에 일도 그만두고 쉬었는데, 아빠는 그렇게 힘든데도 열정적으로 일하시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시니 정말 대단하세요."라며 격하게 축하했다.
평소에 진중하신 엄마도 "아빠가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라 하셔서 진정시키느라 두 손을 꼭 잡아드렸어. 많이 축하해드려"라고 하셨다.
남편도 장인 장모님이 선하게 사셔서 하늘을 감동하게 하신 것 같다고 축하 인사를 드렸다.
이명이 나은 것도 기적이지만, 그로 인해 아빠의 고통과 수고를 알게 되었고 서로를 새롭게 대할 수 있는 사랑의 회복이 일어나니 너무나 가슴 뭉클했다. '이런 것이 바로 기적이구나' 싶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당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달으며, 우리는 더 의논하고 대화하는 가족이 될 것이다.
하나님은 영원한 사랑의 길을 가고 싶은 우리들 모두의 염원을 아시고, 그 길로 인도하시는 것 같다.
"엄마, 할아버지가 이제 하나님 말씀이 귀에 잘 들리실 것 같아.“라고 딸이 옆에서 속삭인다.
아멘! 할렐루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