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거였다.
지난해 이사 온 이웃이 나보다 한 살 많은 언니와 학교를 같이 다녔다길래 바로 '언니'라 부르며 1년여를 지나왔는데, 올해 초 톡방에서 생일을 공유하다 동갑인 걸 알게 되었다. 고민하고 있는데 톡이 왔다. "당연히 2~3살 어린 줄 알았지. 칭구로 지내 ㅋㅋㅋ"
초등학교 시절 교회를 다니며 난 예수님이 친구 같았었다. 서울로 전학 와 학교도 동네도 낯설던 그때, 교회 다니는 친척분들의 인도로 태어나 처음 교회 문턱을 넘게 되었다.
"저 좋은 낙원 이르니 그 희락 내 희락일세~" 찬양을 하는 게 좋았다.
"어둔밤 쉬되리니 내 직분 지켜서 일할 때 일하면서 놀지 말아라~" 학교 갈 때도 씩씩하게 찬양했다.
겨울 방학 때는 새벽예배를 드리고 싶어 목도리와 털모자, 장갑을 끼고 교회 문 앞에서 기다린 적도 있었다. 시계도 보지 않고 달음질치던 그 날, 캄캄한 어둠도 무섭지 않았던 건 내 마음에 예수님이 함께 계셨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제 그분이 친구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신랑 되신 주님을 맞이하려 기름과 등을 준비했던 마태복음의 처녀들처럼 오직 내겐 신랑 되신 주님을 맞아 영원한 소망을 이루며 알콩달콩 사는 일만이 남은 것이다
언니가 될뻔하다 친구가 되어도 선물을 얻은 것처럼 기분이 좋은데, 세상으로 흘러갈 뻔하다 주님을 신랑 삼았으니 난 정말 행운아구나~ 감사하게 된다.
영혼의 운명이 좌우되는 첫 단추 끼우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