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라딘 중고서점 계산대 앞에 서 있다. 두 권의 책을 골랐다. 첫째가 좋아하는 세계지리책, 둘째가 좋아하는 인체 탐구 책이다. 마음은 내가 고르고 싶은 책이 한가득한데 결국 손에는 아이들 책뿐이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내 책도 더 사고 싶다. 나의 평생 과제인 글쓰기 책도 완독하리라, 마음먹은 난쏘공 책도 보고 싶다. 시계가 12시를 가리킨다. 점심시간이다. 아이들 배고플까 봐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거리를 나서니 음료 가게가 눈에 띈다. 아이들 생각에 밀크티와 망고주스를 골랐다. 막 끓인 우유 향내가 내 코를 간지럽힌다. 그래도 참아야지. 아이들 먹이고픈 마음에 발걸음이 급해진다.
예전에 남편이 퇴근길에 주전부리를 사 오면 자꾸 사 온다고 타박을 주었다. 집에 다 있는데 자꾸 사 온다고. 그 처지가 되어보니 나도 다를 것 없었다. 맛있는 거 보이면 내 새끼 생각나는 것은 당연한 마음이다.
우리 아빠 엄마도 그랬겠지. 현관문 소리에 달려가면 그 손에 들려 있는 통닭 봉지. 부모님 구두 벗기가 무섭게 우리는 봉지를 채가서 쟁반에 놓고 먹기 바빴다. 맛있었다는 생각만 나지 부모님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내 두 빨간 볼과 차갑게 얼어있는 두 손을 기억해줄까. 내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코 박고 마실 테지. 그래도 좋다. 맛있게만 먹어준다면. 내 미소에서 그 옛날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