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해~~
오늘은 특별한 날!
타국에 살고 있는 사촌 동생이 머나먼 고국까지 와서 치른 결혼식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민 스몰 웨딩답게 신랑 신부의 섬세함이 묻어나 내게도 너무나 아름다웠던 날. 같이 온 사촌 동생도 이렇게 다시 예식을 올리고 싶다고 한다. 식이 끝나도록 흘러나오는 재즈 밴드팀의 연주는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웨딩 같았다. 여태껏 남의 결혼식엔 겨우 신랑 신부 얼굴 기억나는 것이 다인데 오늘은 잊지 못 할 만큼 황홀 그 자체였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파티가 깊어갈 즈음, 신랑 신부가 손님들을 위해 손수 준비한 꽃다발 부케까지 받으니 기쁘고 더욱 인상 깊게 자리 잡았다. 마치 신부가 되어 선물을 받은 것처럼.
받은 꽃을 그대로 말릴까 어떡할까 하다 마땅한 꽃병이 없어 기다란 통 하나를 꺼냈다. 물을 가득 채워 꽃을 이리저리 꽂으니 얼추 꽃병 같기도 하다. 평소 꽃 선물은 절대 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는데, 그 이유가 어차피 시들 꽃이니 대신 오래 쓰는 실용적인 선물이 나아서다. 그런 내가 웨딩 꽃다발을 버리지 않고 있다. 다시 타국으로 돌아갈 사촌 동생을 좀 더 기억하고 싶어서인지 이날의 여운을 더 느끼고 싶어서인지 모르지만.
옷만 가득한 방안에 꽃이 한 자리 차지하니 분위기가 다르다. 꽃을 볼 때 생기도 느껴지고 은은한 향기도 나고 좋긴 하다. 나도 모르게 꽃을 매일 살피고 있다. 시들지 않았는지 물도 한 번씩 갈아주고, 3주가 다 되도록 꽃이 싱싱하다. 이래서 꽃 선물을 하나보다. 살아있는 꽃이 주는 생기에 빠져 꽃과 함께 그 기운을 함께 느끼니 나도 웃고 꽃도 활짝. 꽃 선물도 나름 매력 있고 기쁘단 걸 이제야 알아버렸다. 상대의 고마움이 깃든 꽃다발이라 그런지 볼 때마다 나도 정성을 쏟게 된다.
감사의 마음 담은 답례의 꽃, 그 꽃을 받고 보살피며 나 또한 고마운 마음이 더해진 꽃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