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렸을 적에는 우리 마을 어귀 한 곳에 쓰레기를 모아 버리는 곳이 있었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때라 쓰레기가 많지도 않았지만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서로 알던 때라 버려진 쓰레기가 누구네 것인지를 한 눈에 알아볼 정도였다.
우리 집에도 오래되고 쓰지 않는 그릇과 살림 도구들이 있었는데 좁은 집에 쌓이는 것이 못 견디게 힘들었던 언니와 나는 엄마가 밭일을 가시거나 외출하시면 서둘러 쓰지 않는 그릇과 이런저런 살림살이들을 그곳에 내다 버리고 혹시나 엄마가 알아채실까 봐 다른 집에서 내다 버린 물건 밑에 숨겨두기도 했다.
어느새 엄마가 돌아오실 때면 우리가 내다 버린 물건들이 고스란히 두 손에 들려서 다시 돌아오곤 했다.
지금은 좋은 물건도 넘치도록 많아져서 잘 망가지지도 않고 질릴 정도로도 쓰지 않는 때가 되었다. 엄마는 나이가 드시면서 자신의 물건을 거의 다 정리하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과 추억이 담긴 사진만 몇 장 골라서 가지고 계신다. 그 물건들을 고스란히 모아두었다면 고물 장사는 크게 반기겠지만, 우리 가족에겐 생활하기 힘든 집이 되었을 것이다.
내 마음은 어떤가?
옛 생각이 떠올라 한참을 서성이다가 복잡한 마음과 생각을 돌아보며 장사 지낼 옛것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이번 주에는 내 마음속 옛것을 장사지내고 새롭게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