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우산을 집어던지고
너, 비를 실컷 맞으며
하염없이 걸었노라
세상살이에 온갖 더러워진
먹보다 더 검은 죄를
깨끗이 씻어버리고 싶어서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를
온종일 맞았노라
봄비는 죄의 때를 불리고
여름비는 그 두꺼운 죄의 때를 씻어내리며
가을비는 속을 파고들어 양심의 죄를 씻어주는구나
그러다 겨울산 넘어가서 흰눈이 되어 펑펑 쏟아져
온 대지를 하얗게 덮어버리는 네 모습은
봄내 여름내 가을내
몸과 양심의 때를 깨끗이 씻어버린 인생들의
하얀 마음과 같아여라
창조주가 나로 만물을 들어
이렇게 비유케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