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빨강머리 앤 만화를 보게 되었다.
빨강머리 앤은 누구나 한번쯤 다 보고 공감했을 것이다. 특히 소녀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럴까? 어릴 때 보던 빨강머리 앤이 아니었다.
어릴 때는 앤의 입장에서 만화를 봤다면, 지금은 마릴라와 매튜의 입장에서 만화가 봐졌다.
‘저렇게 수다스러운 애를 어떻게 키운담. 또 사고를 저질렀구먼.
저런 상황에서 마릴라와 매튜는 고함도 지르지 않고 대단하다. 대단해.’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
소녀 때는 내가 앤이 되어 하얀 눈의 여왕을 보고 아름다운 초록색 지붕 집과 주변 환경을 보았는데,
‘저런 주택과 농장은 얼마나 일이 많을까. 난방은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나 현실적으로 빨강머리 앤을 보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맑은 동심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철이 들어도 마음만은 어린 아이와 같이 깨끗하고 순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수님은 당신이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유대종교인들에게 나타내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하’자도 알지 못하는 신앙의 어린아이인 이방인들에게 나타낸 것을 감사하다고 하늘 앞에 기도한 바 있다.
너무 아는 게 많아서 유대인들은 목이 굳고, 귀가 닫혀, 더 이상 예수님이 전하는 하늘의 시대말씀이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신앙에 대해 잘 모르고 선입견이 없었던 이방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진실한 인생의 구원 길임을 알고 예수님을 따랐다.
이 시대도 여전하다. 하늘의 말씀에 여기저기서 수군수군, 쭝얼쭝얼, 불평불만들을 해대며 목을 더 굳히고들 있다.
빨강 머리 앤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리 집 뜰이 너무너무 좋고 가꾸는 일도 좋아해요.
푸릇푸릇 자라나는 것을 바라보며 날마다 사랑스러운 새싹이 돋는 것을 기다리고 지켜보는 것은, 창조자를 돕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이제 굳어져가는 목을 유연하게 풀어주며 동심으로 돌아가 앤과 같이 땅에서 솟아오르는 작은 새싹을 바라보며 창조자를 돕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