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빌라에 큰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쓰레기 문제였다. 서른 가정에서 쓰레기가 한꺼번에 배출되다 보니 그 모양새가 썩 좋지 않았다. 자기 성격대로 깔끔이, 얌체꾼, 나몰라라 등 쓰레기 배출 모양도 제각각이었다.
그런데 지켜볼 때마다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쓰레기양이 늘어날 만하면 다시 줄어들고 쓰레기가 지저분할 만하면 다시 정리되어 있고 그랬다. 알고 보니 자기 집 앞이니 몇몇 사람이 가만히 있을 수 없던 모양이었다. 누구는 정리를 하고, 누구는 봉지를 묶어주고, 누구는 한 데 모으기도 하고. 그렇게 조금씩은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매주 쓰레기 사태는 그칠 줄 몰랐다. 결국 세 빌라의 합의로 청소업체를 불러서 일주일에 한 번씩 금요일마다 청소하기로 했다. 그렇게 청소업체가 와서 빌라 계단과 주차장과 쓰레기를 정리하던 첫날, 그 깔끔함과 청결함을 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토요일부터 조금 지저분하기 시작하더니 다시 쓰레기 소굴이 되어갔다. ‘깨끗하게 치우는 사람도 생겼는데 왜 이러지?’ 청소업체가 관리한다는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을 정도로 다시 심각해져갔다.
사실 세 빌라의 쓰레기양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누가 와서 쓰레기를 왕창 버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전보다 한 3배는 더 지저분했다. 이유인 즉, 그 누구도 치울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청소업체가 와서 한꺼번에 치워주잖아.’ ‘지저분해도 금요일까지 버티자.’ 이런 생각이 주민들 사이에 팽배한 것처럼 보였다. 나조차도 쓰레기를 보면 얼굴만 찌푸리며 집에 들어가기 바빴다. 결국 쓰레기가 현관 앞까지 10미터를 줄지어 서 있는 형국이 되었다.
청소업체가 와서 싹 청소해주면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집 앞이 청결하고, 조금만 청소하면 되니 오히려 손쉬운 것을, 제 버릇 안 고치고 자기가 해야 할 책임까지도 다 맡겨버리니 주민들 스스로 자신의 집 앞을 포기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맡긴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세상을 살 때도, 신앙생활을 할 때도 맡길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인가를 맡긴다 해도 결국 주체는 우리다. 내 주인의식까지 맡기면서 수수방관하라는 것이 아니라, 맡김을 통해 배우라는 것이다. 주인의 자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