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
('푸른색은 쪽잎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라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아들은 아파트 놀이터를 정말 좋아한다.
놀이터와 정원, 언덕, 구름다리, 분수 등이 있다 보니 아이 눈에는 놀이동산이 따로 없다.
달리기를 할 줄 알게 되면서 아들의 발걸음은 더 빨라졌다.
그러다 보니 나의 발걸음도 같이 빨라졌다.
잘 걷고 잘 뛰지만 제 몸 보호할 줄 모르는 이 천방지축에게 나는 매번 하는 소리가 있다.
“조심, 조심, 조심, 위험해!”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갈 때마다, 언덕길 내려올 때마다, 정원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그 발걸음 수만큼 조심을 외친다. 아이는 그 소리를 듣고 급하게 내려오던 발걸음을
이내 정지시킨다. 내리막길에 붕붕카를 타고 내려올 때도 조심을 외치면, 아이는 제 발을
브레이크 삼아서 답답할 정도로 아주 느리게 내려온다.
놀이터 옆에 대리석 조형물이 있는데 그 조형물 밑으로 물결치는 듯 한 대리석 계단이 있다.
아이가 워낙 좋아하는 곳이고 계단도 낮아서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나는 안심하고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달려가 보니 그 계단 밑에서 바닥으로 엎어져 울고 있었다.
당장 안고서 달래는데 팔뚝에 피가 살짝 보여서 아들 얼굴을 보니
고양이라도 할킨 양 심한 스크래치가 나 있었다.
그 사이로 피가 스며들어 있었다.
순간 뇌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아, 조심을 외치지 않으니 아이가 성급히 움직였구나.’
나는 후회하면서 아들 눈을 살짝 닦아주었다. 아들은 말을 못하고 울기만 했다.
울고 있는 아들을 안고서 한참을 달랬다.
“엄마보다 훨씬 낫네. 주안이는 안전한 줄 알고 막 움직였구나.
우리 주안이는 엄마가 조심하라고 하면 엄청 조심해.
근데 엄마가 조심하라고 안 해서 주안이가 이렇게 아야하네. 엄마가 진짜 미안해.”
하루에서 수십 번, 수백 번 동일한 장소에서 “조심해, 조심!”을 외쳐도 그 날에 가서
또 외쳐야 하는 것이 엄마의 할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들은 어떤 환경에 가면 그 곳이 아무리 익숙해도 위험한 지 그렇지 않은 지 분간하지 못한다. 그러니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조심하라고 하면 조심하고 아무 소리를 하지 않으면 마음껏 뛰노는 것이다.
아들아, 네가 나보다 낫구나. 청출어람이 따로 없다.
주님 말씀하시면 내 입맛대로 내 맘대로 행동하는 나의 못된 버릇을 반성해 본다.
조심! 하는 소리에 발걸음을 엄청 조심하려는 아들의 어정쩡한 모습을 보시며,
70억 인구 상대로 매일 힘드실 주님이 급방긋 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