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법 많이 컸다. 매일 보면서도 문득 자라있는 아이를 보면 신기할 뿐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빠를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 아이는 점차 엄마 모습도 닮아가더니
요즘엔 다시 “어머, 갈수록 아빠를 닮아가네” 소리를 듣는다.
씨도둑은 못한다더니 정말 똑 닮았다. 또래 아이들 속에 있으면 머리 크기,팔다리 길이......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아들이다! 성령의 능력으로 극복해 나가길 기도할 뿐이다.
기관지가 약한 편이고 비염기가 조금 있단다. '왜 그럴까?' 중얼거렸더니 남편이 딱 그렇단다.
오 마이 갓! 남 탓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 아들이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팔을 흔들며 걸어가더니 선풍기 버튼을 누른다. 발로.
헉...... 유전의 힘 다음으로 강력한 것이 ‘보고 배우는 것’ 임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아이들 앞에서는 물도 함부로 못 마신다 했던가.
아이는 발로 선풍기 버튼을 누르고 청소기 버튼을 누른다. 다 게으른 엄마의 못된 습관을
보고 배운 것이다. 기분 좋을 때 “기도하자” 하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은다.
처음에 그 모습을 보곤 무척 놀랐다. 따로 시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녁에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몇 번 보여준 모습을 기억한 것이다.
유전자로 삶으로 참 많은 것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있다. 놀랍고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참 무섭다. 부끄러운 내 삶이 이 아이에게 그대로 투영될 뿐 아니라 그것이 이 아이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란 얼마나 무겁고도 중요한 존재인가.
내가 정말 제대로 잘 살아야겠구나 깨닫게 된다.
내가 만난 영적인 부모의 존재를 생각해봤다. 그분들을 만난 건 천번만번 감사할 일이다.
하늘의 성삼위. 하나님, 성령님, 성자 예수님보다 더 완벽하게 본이 되는 부모가 있을까.
아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좋은 삶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삶의 본을 보여주신
나의 영적인 부모를 아들에게도 가르쳐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