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아침을 너무 빨리 줘!’
밥맛도 없고 개운치 못한 기분에 멍- 하게 앉으니 누군가 텔레비전을 켠다.
평소엔 전혀 볼 일이 없던 아침드라마. 여기선 방송 3사 제목도 줄줄 꿰게 생겼다.
관심이 없어도 눈앞에서 아른거리니 눈길이 간다.
‘뭐 이런 막장이 다 있지? 내용도 현실감 없고 연기 참 못하네. 보기 싫다......’ 하면서도
계속 보고 있다. 눈을 돌리고 다른 일을 하려 해도 소리 때문에 자꾸 쳐다보게 된다.
멍 하니 앉은 내 모습이 한심하다. 텔레비전이 이렇게 비웃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바보상자라고? 흥! 그래도 내가 이렇게 계속 떠들고 있으면 안 쳐다볼 수 없을 걸?
한번 두 번 눈길 주다보면 습관처럼 계속 보고 있게 될 거야. 생각하기 귀찮지?
움직이는 것도 귀찮지?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 내가 재밌는 것들을 보여줄게.”
솔직히 그런 텔레비전을 두고 켜지 않을 자신이 없다. 아마도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을
그 앞에 앉아 있을 것이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 24시간이 주어지지만 그 안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습관처럼 흘려버리는 시간이 얼마나 많을까?
아침에 일어나 하루일과를 계획해보면 24시간도 부족할 지경이다. 하지만 밤이 되어
되돌아보면 그 중 어느 하나 제대로 해낸 것이 없다. 도대체 나의 24시간은 어디로 간 걸까?
텔레비전이, 핸드폰이, 또 그 무엇들이 잡아먹고 있는 내 시간을 찾아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