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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 목by FoRfo

 

 

 

접목

 

 


내 인생 아무리 발버둥쳐 보아도
누구하나 눈짓 한 번 주지 않던 고욤나무 인생이었네.


양분 가득한 거름을 한 아름 빨아들여도,
따사로운 햇살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도,
내게서 열리는 건 겨우 아기 주먹만한 고욤열매 뿐이었지.


그땐 몰랐네.
혼자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내 욕심으로 돋아난 수많은 새 눈들을 차마 버릴 수가 없었네.


그래서 그 작은 눈들이 자꾸만 커나가 또다른 고욤을 맺었지.
누군가 내 열매를 알아주는 이가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

결국은 한 겨울 매서운 한파 앞에 고스란히 내다주고 말았지.


이젠 알았네.
이제 ,나,
더 아름답고 사랑스런 감나무로 접붙여져서,
가을이 올 때까지 늘 나를 지켜주며 함께 하는 이들이 생겼으니,
나도 이제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감을 맺을 수 있게 되었으니,
더 이상 내 욕심에 고욤 눈을 맺지 않으리라.


아무리 거친 비바람이, 눈보라가 몰아쳐도 절대 쓰러지지 않으리라.
쉬지 않고 물과 거름을 빨아들여도 하나도 힘들지 않으리라.


이젠 더 탐스럽고 큰 열매를 주렁주렁 열어서
온 동네 사람들 모두 와 배불리 먹고
늦은 저녁 건넛 마을 다녀온 까치네도 함께 나누고
먼 길 가는 저 철새들도 내려와 주린 배를 채우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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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