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내가 다 듣고 있노라by 김인주

 

 

 

퇴근 무렵부터 내리던 눈이 한밤이 되어서는 제법 하얗게 쌓였다.
조급해진 마음과 달리 사람들의 발걸음도 차들의 행렬도 거북이걸음이 되어 줄줄이 더디기만 하다.

차들의 뒷모습이 빨간 불빛이 되어 이어진다.

 

벌써 오래전의 일이 되었다.
나는 현란한 도시의 불빛이나 어두운 밤에 줄지어 늘어선 차들의 불빛을 보면
마음 한편이 주체할 수 없이 공허해 짐을 느꼈다.
새벽에 눈을 떠 바라보는 고요한 세상은 내가 없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태어났다 간 흔적이라도 남을까.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허무하고 의미가 없었다.

 

어린 나이에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언니의 죽음과 이어진 아버지의 죽음!
그 이후로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들이 늘 나를 따라다녔다.

 

막연히 알고 믿었던 하나님은 내 물음에 속 시원히 대답해 주지 않는 침묵의 하나님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하나님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랬던 하나님이 지금은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해 주신다.
때로는 붉게 물들었다 떨어지는 낙엽을 통해 인생이야기를 들려주시고,
내가 기도해온 문제를 어떤 사람을 통해 가볍게 해결해 주시기도 하시고,
말씀을 통해 속 시원히 삶과 죽음 그 이상의 것을 말씀하신다.
(하나님은 뜨겁게 말씀하셨지만 내가 들을 수 있는 귀가 없었던 것이다.)

 

오늘 밤! 어두운 밤에 줄지어 늘어선 차들의 불빛을 보며 넓고 따뜻한 하나님을 불러본다.
‘모두 안전하게 집으로 가게 도우시느라 오늘도 얼마나 바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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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1/29/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