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 횡단보도 옆
도넛을 만들어 파는 포장마차.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늘 열려있는 도넛 마차다.
어느 한여름
한증막 같은 불 땡볕 더위에 숨마저 버거운 날,
횡단보도로의 우연한 발걸음...
‘이런 날에도 열렸네.
이 뜨거운 불가마 열기에
더 뜨거운 기름 불가마를 태우면서 말이야....
감동이야 감동!’
몰아치는 폭풍우 범벅에 나라 전체가 비상범벅인 어느 우기.
‘날씨 탓에 기분마저 잿빛 범벅인데...
달콤한 도넛 생각이 나네.
열었을까? ’
잠깐의 소강 때 산보 삼은 횡단보도까지의 발걸음.
‘열렸네. 열렸어. 이런 날에도 말이야.
감동이야 대감동!!’
눈 폭풍과 찬기에 땅이 얼어붙어
인적이 조심하고 한산한 어느 겨울.
‘싸늘한 날씨에 따땃 달달한 도넛 생각이 나는데.
얼어붙은 몸도 달랠 겸 살얼음판을 살살 슬슬
조심조심 걸어나 볼까? 안 열렸어도 할 수 없고...’
미끄러지지 않게 부츠를 신고
조심으로 조바심치며
열려있길 바리는 맘으로 조바심치며
횡단보도 쪽으로 걸어가는데...
‘열렸다 열렸어. 대박감동이야 대박 감동!!!’
저 도넛 마찬 늘 열려있네.
지구가 사라지지 않는 한
도넛 마차 주인이 생을 다하지 않는 한
어떤 악천후에도 늘 절대적으로 열려 있겠다.
나도 그런 존재이고 싶다.
내 생에 어떤 악천후가 일던
이 시대 어떤 악천후가 일던
주님 쉬고 내 영혼이 쉬고 자랄 기도의 카페를
절대적으로 늘 열고 싶다.
주님 원하는 기도의 메뉴판, 때에 맞게 고루 갖춰 놓고
숨이 있는 한,
늘. 항상. 언제나 절대적으로 그만을 맞는,
절대자에게 인정받는 절대적인 자리이고 싶다.
‘이 시대가 그리고 그녀의 생활이 악천후 속인데
기도 카페가 열렸을까? ’
‘그녀의 자리에서 쉬고 싶은데, 분위기 느끼고 싶은데...’
이런 주님의 기대, 늘 맞는 그분의 자리이고 싶다.
늘. 항상 .언제나 그 자리에서 그만을 맞는,
아무도 모르는, 우리만이 아는,
신께서 들르시는 명소이고 싶다.
고단할 수밖에 없는 생애,
세상일이든 신앙의 일이든
인류 최고의 악과 맞불려 싸워야 하는
지상 최대 인고의 풍파 속
늘 고단할 수밖에 없는
나와 그의 생애라면
고난의 십자가 지으신 주님!
쉬어 갈 안식인 게 낫겠습니다.
세상 어느 누구의 삶에도,
돈 명예 거머줜 주먹 가슴에도 기댈 수 없담,
지구촌 모든 인고 세상사 짊어지고 순례하시는
주님 쉬어 갈 안식인 게 낫겠습니다.
차라리 그게 낫겠습니다.
주님 기댈 안식의 맘이고 픕니다.
내게 머물러 달라, 늘 당신을 간절히 찾습니다.
인내 끈기에 살아 숨 쉬는 진한 낭만이 있음을
그는 내게 보여준다.
세상에 없는 신의 매력에 매료돼
그 시간이면 나는 늘 그를 찾는다.
세상엔 보여지는 아름답고 웅장하고 신비한 명소가 있고
사람 안엔 보여지지 않는, 볼 수 없는
아름답고 웅장하고 신비한 명소,
본인만이 아는 비밀의 명소가 있습니다.
인생이 태어나 주신 신께로 되돌아가는 길이
그분 안에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명소,
그의 숨소리가 들리는 그의 자리입니다.
그를 위한 기도가
내 운명의 노래가 되니
천주의 기운 서린
내 운명의 기도에
세상의 기운이 갈리리.
선과 악이 갈리리.
사명자의 운명을 귀(貴)운으로 기울게 하는
그와 천주를 위한 기도의 노래에
나의 운명도 귀(貴)운으로 기울고
이 나라의 국운도 천운으로 기울리.
Writer by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