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신랑이 애꾸눈을 하고는 내게 물었다.
“나 왼쪽 눈이 부운 것 같지 않아?”
신랑의 눈두덩은 아이섀도 옅은 코발트 핑크를 바른 것처럼 화사(?)했다.
눈 안쪽에 무언가 뭉쳐있는지 눈을 반도 못 뜨고 있었다.
다래끼였다.
“며칠 쉬면 금방 낫겠지. 피곤해서 생기기도 하거든.”
이틀 뒤 신랑의 눈은 훨씬 더 부어있었다. 눈이 거의 감기기 직전이었다.
신랑은 우스갯소리로 교회에 가면 목사님께 “부인이 때렸어요.” 하고 울면서 이른다고 했다.
그러고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더니 “나 안대를 하면 멋있을까? 궁예 같아?”
나 참, 눈병 나고도 저런 여유를 부리다니…….
신랑은 결국 안과에서 고름을 짜내고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공기가 잘 통해야 빨리 낫는다고 안대가 없었다.
궁예가 되지 못한 신랑은 많이 아쉬워했다.
며칠이 지나자 신랑은 이번엔 오른쪽 눈이 간질간질하다고 했다.
눈을 감을 때마다 이물질이 낀 마냥 뻑뻑하다고도 했다.
웬걸, 안과에 다녀온 신랑은 오른쪽 눈에서 작은 고름이 뭉친 것을 짜냈다고 했다.
“이런 쌍 다래끼…….”
절대 욕은 아닌데 신랑의 화난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양쪽 눈이 교대로 부운 상태로 직장 생활도 하고 교회도 다니려니 좀 짜증난 모양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다른 식구들 다 멀쩡한데 왜 혼자 눈병에 걸렸을까?
나보다 더 청결하고 깔끔한 체하는데 왜 눈병에 걸려~
우리 몰래 혼자 못 볼 거라도 보았나? 수상하네~
왠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날 밤, 신랑이 카톡을 몇 번 주고받더니 난감해하는 표정이다.
“무슨 일인데 그래?”
“선배 형이 자기 먼 곳으로 이사 간다고 자꾸 자기 교회 사명을 나에게 권유하네.
교회에 젊은 남자 지도자가 없다고.”
“왜? 하면 좋잖아.”
“교회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사명이냐. 아직도 교회 사람들 어색한데. 회사 일은 많지,
다른 영상 작업도 하려면 정신없어.”
이 이야기를 듣자 나도 모르게 손뼉을 치며 탄성을 질렀다.
“아! 그래서 눈병에 걸렸나보다. 사도바울도 회심하기 전에 두 눈이 멀었다지?
주의 뜻에 따라 아나니야를 만나 아아니야의 인도에 따라 시력을 회복했다지?
혹시 사명 맡으라는 안구 계시 아닐까?”
“무슨 소리야, 봄철에 꽃가루도 많고 먼지도 많아서 그런 거지. 어디다 갖다 붙이냐.”
신랑한테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항생제 안약을 넣고 있는 신랑 뒤에서 두 손을 모으고 몰래 읊조려 본다.
‘주님, 다래끼가 진정 주님이 신랑에게 주시는 안구 계시라면,
안과로만 낫게 하지 마옵시고 부디 사명을 맡으면 두 눈이 낫게 하소서……. 아멘^^.’
(추신 : 안과에서 치료받고 나서 3일 뒤, 오늘 아침 (16일) 신랑 오른쪽 눈 아래 다래끼가 또 생겼다!!!
삼 다래끼... 난 우스개 소리로 주께 속닥속닥 한 것 뿐인데, 이거 진짜 계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