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과의 오후 시간 프로그램은 정해져 있다.
학교에서 분양밭은 텃밭에 가서 잡초를 뽑고 물을 주고 얼마나 자랐나 살핀다.
그리고 학교 놀이터에서 놀기.
그네, 시소, 미끄럼틀, 그리고 철봉.
변함없는 아이들의 영원한 놀이터 메뉴얼.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잘 만들었다.
한참 그네와 미끄럼틀을 타다가 이제 철봉 잡고 올라가기.
아직 아이들에게는 힘이 부치는지 매달리기는 하는데, 오르지는 못한다.
언니들이 하는 걸 보고는 3살짜리 막내도 오를 거라 힘을 쓴다.
엉덩이를 잡아주고, 꼭대기까지 오르게 하니, 성취감이 귀에 걸린다.
연이어 첫째, 둘째, 셋째를 긴 철봉 꼭대기까지 계속 오르게 하니, 팔이 아프고 힘이 부친다.
그래도 아이들은 계속 계속해 달라고 한다.
아이들의 책임분담은 팔로 철봉을 잡는 것, 나의 책임분담은 엉덩이부터 다리를 잡아서 위로 올려주기.
그렇게 하다 보니, 하늘과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나를 주님께서 이렇게 올라가게 해 주시는구나.
한 명이 아니라, 여러 수십, 수백 명, 수천 명, 수만 명 되는 나, 우리뿐 아니라, 모든 어려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시느라 바쁘시고 힘이 부치시는 주님이 아주아주 0.000001% 실감 났다.
주님이 언제까지 우리를 받쳐주길 바랄 수는 없다.
내가 올라가야 한다. 내 힘으로.
이를 악물고 올라가야 한다.
그러다 지치면, 또 주님께서 도와주시리라.
주님의 힘이 덜 들도록, 힘을 길러 스스로 올라가야겠다.
그리고 다른 형제자매를 도와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
오늘도 우리를 위로 오르게 하시는 분.
사랑의 체력을 길러서, 기골이 튼튼해져야지 결심한다.
주님 감사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일도 이래야 하는구나.’ 생각하니, 더더구나 더욱 주님께 감사하게 된다. 우리를 영원히 놓지 않으시는 그 사랑이 이 밝은 저녁처럼 내 마음을 환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