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기만 하지 말고 제발 무엇 좀 해놓고 기다려라.
도둑같이 나타나 배고파 쓰러지겠다고 밥 좀 먹자하면
그 때에야 시장으로 뛰어가지 말아라.
차라리 내가 행주치마 두르고 주방장이 되리라.
사람이 기대가 어긋날 때 이빨이 어긋나는 것같이
충격을 받은 고로 그 심정의 상처가 심히도 큰 것이다.
하늘의 기대를 어긋나게 하는 자를 죄 없다 아니 할 수 없나니
그 미련함이 소보다 더한 자니라.
소는 미우면 잡아먹기나 하지만 사람은 어찌하랴?
지혜자는 그 꼴을 더 보지 않고
기대를 어긋나게 하지 않는 자에게로 기대러 간다.
-하늘말 내말 3집-
유아 둘을 키우다 보니 이래저래 정신이 없다.
애들 뒷바라지 하다보면 어느새 저녁시간이 다가온다.
신랑은 출출한 배를 끌어안고 현관문을 연다.
애들과 씨름하다가 현관문에 들어선 신랑을 보고는
“헉! 언제 왔어. 잠깐만 기다려봐.”
애들을 신랑한테 맡기고 부엌에서 후다닥 후다닥.
식탁 위에 오른 것은 김, 치즈 버무린 옥수수통조림, 아침에 했던 청국장...
이 요상한 조합에도 신랑은 밥을 잘 먹는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신랑의 입에서 버릇처럼 하는 말이 생겼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면 지나가는 듯 물어본다.
“장모님 댁에 가서 밥 먹을까?”
(직장 가까운 곳으로 오다보니 겸사겸사 친정 근처로 이사를 왔다.)
“왜?”
“그냥. 장모님이 밥이 참 맛있더라고. 몸에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