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먹을 건 있어야지.”
“요즘 누가 제사음식을 먹어?~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많이 하냐고~”
오랜만에 친정 온 김에 시댁 흉을 본다. 손이 큰 시어머니는 먹을 사람도 없는데 자꾸 음식을 많이 하신다. 제삿날 제사상은 차려야 하니 안 할 순 없지만, 양에 맞게 조금만 하면 될 걸 그래도 사람들이 먹을 게 있어야 한다며 한 바구니씩 하신다.
‘괜한 말을 했나?’ 집으로 오는 길에 후회가 된다. 엄마도 제사를 지내고 나면 우리한테 이것저것 싸주시는데, 오늘 내가 한 말 때문에 싫은데 가져간다고 생각하실까 걱정이 됐다. 엄마가 싸 준 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괜찮은데. ‘전화 걸어서 말해야 하나?’ 소심한 생각이 든다.
제사 음식을 좋아하진 않지만, 엄마가 해 준 건 괜찮다. 엄마의 소고깃국, 산적, 김치는 맛있다. 심지어 나물도 엄마가 해 준 건 잘 먹을 수 있다. 시어머님이 해준 나물은 같은 나물이어도 별로다. 엄마 손맛이 내 입에 맞아서 그런 거겠지.
‘아, 그러면 신랑은 시어머니 음식이 입에 맞겠네?’ 뭔가 머리를 뎅~ 하고 치고 가는 느낌. 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요즘같이 먹을 게 많은 세상에 제사음식을 누가 몇 날 며칠을 먹냐며 10년을 투덜댔다. 신랑은 나의 투덜거림에 조용히 동조해주곤 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신랑은 어쩌면 싫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을 먹어도 입에 맞는 음식이면 별 상관이 없었겠지. 조금 지겨울 수는 있겠지만 크게 투덜댈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우리 엄마 음식이 반가운 것처럼 신랑은 매번 맛있게 먹었을지도 모른다.
그럼 그동안의 모습은 나에 대한 배려였을까? 내 말도 일리가 있으니 가만히 있었던 걸까? 이제는 투덜대지 말아야겠다. 내가 평소에 맛있는 반찬을 잘 챙겨주는 것도 아니니. 때늦은 반성을 한다.
아, 우리 엄마 소고깃국 먹고 싶다. 신랑은 좋아하지 않는 기름 둥둥 뜬 우리 엄마 소고깃국~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