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역사적인 날.
밤하늘에 자연이 내려준 신비한 우주쇼가 펼쳐진다.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개기월식이 저녁부터 시작되었고, 뒤이어 천왕성이 달을 가리는 엄폐 현상이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맨눈으로도 오늘의 개기식을 관찰할 수 있었던 만큼 신비스럽고 오묘한 달을 사진에다 요리조리 담아본다. 친구에게 사진 몇 장 찍어 보내니 자기는 귀찮음이 이겼다고 감기 조심하란 말뿐... 괜히 머쓱해졌지만 난 지금을 즐기기로 했다. 유난히 돋보이는 붉은 달의 황홀함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차차 하얗고 밝은 달의 본모습이 나타나 마법 같은 시간도 끝~
기이한 오늘을 놓치면 앞으로 20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다시 맞기 어렵다니 왠지 모를 감정이 솟구쳤다. 때가 지나 다른 곳 어디에서 누군가 경이로운 날을 보겠지만 내가 있는 이곳 이 자리에서 두 번 다시 맞는 건 어렵기에 이 밤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언제 또 이곳에 다시 한번 와 보겠나?~"
가끔 이런 말을 하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와닿는다. 어릴 땐 "다음에 또~"라는 말이 늘 입에 붙었던 것 같은데, 이젠 "지금 아니면 언제 또~?"가 먼저 나온다. 언제부터인지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서는 걸 낯설어하고 불편해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과감히 시도하려고 한다. 이때 아니면 언제 해 보겠나 싶어 주저하지 않기로 했다. 날 찾아올 때는 소중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