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애달픔이 스며들다by 날개단약속

 

 

 

 

 

내가 노란 머리를 하고 학교 벤츠에서 발가락을 까닥까닥 거리며 건방진 자세로 있을 때

두 언니가 나에게로 와서 말을 건넸다. "혹시 시간 있어요?" 그 만남이 계기가 되어 나는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두 언니와 함께 신앙생활하면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둘은 정말 달랐다. 한 언니는
여유롭고 느긋하며 옷도 예쁘게 입고 상냥했다. 엄마 품에 안긴 것처럼 따듯한
사람이었다. 다른 언니는 운동도 좋아하고 옷을 특이한 옷을 많이 입었다. 소탈했지만
성격이 불같아서 사람들하고 부딪히는 일도 많았었다. 나도 성격이 불같은지라 같은 성격의
언니와는 잘 맞지 않았다.

 

전에 하나님에 대해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니까 정색을 하며 너는 너무 한쪽 면만을
본다면서 다그친 적이 있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든지. 말을 곱게 할 수도 있고, 예를
들면서 차근히 설명할 수도 있는데 그 언니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상냥한
언니한테 더 다가갔었다. 다른 언니는 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교회도
옮기게 되었다. 그러나 조금 아쉬울 뿐 슬프지는 않았다.

 

상냥한 언니와의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연락하면서 지냈다. 어느 날, 그 언니의 집에
놀러가게 되었다. 대화중에 나를 어떻게 전도하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둘이서 전도하러 다니는데 등나무에 노란 머리를 하고서 혼자 책을 보고 있는 너를
발견했잖아. 나는 좀 더 괜찮은 애를 전도하자고 했는데 그 친구가 자기 마음에 쏙
든다면서 개성이 있다는 거야. 비록 겉모습은 특이하지만 손에 책이 들려있는 것으로
봐서 남다르다는 거지. 그래서 속는 셈치고 너한테 가서 말을 걸었던 거야."

 

'아.......'

 

"그런데 네가 교회 다니는 것도 싫다고 못을 박았잖아. 성경 공부하는 것도 너무 싫다고 해서
우리가 좀 그랬지.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너한테 연락이 안 되는 거야. 우리 모두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어떤 오빠는 그냥 됐다, 누구는 교회도 싫다고 했는데 희망이 없다, 차라리
다른 사람을 전도하자, 막 신앙을 시작하는 애들이나 신경 쓰자 이랬거든. 나도 마음이 흔들렸지.
그런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 딱 40일만 기도해보겠다고. 그래도 그 아이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땐 미련 없이 손 놓겠다고. 그래서 나랑 둘이서 새벽기도 했어. 솔직히 반신반의했거든.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40일 기도가 끝나고서 네가 다른 사람에게 전도되어서 우리랑

연결이 되었어. 정말 신기했어."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 뜨거움이 왜 나에게는 전달이 되지 않았을까.

아니다.
전달되었으니 내가 지금 하나님을 믿으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이제야 애달픔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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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1-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