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수건에 새긴 이름by 주아나

 

 

 

 

텔레비전에서 베네딕도 수녀원에 대한 생활이 방영되었다.
굉장히 새롭게 본 기억이 난다.
그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성당을 청소하는 모습이다.

 

수녀님들은 매일 정해진 구역을 청소하신다.
오직 손으로 청소하신다.
청소도 예수님이 주신 귀한 사역이라 생각하며 정성을 다 하신다.
떠드는 사람 없이 자기 일에 열중이다.
성도들이 앉는 의자, 단상, 창틀, 기둥 할 것 없이 그 넓은 성당에 다 손이 간다.

 

수녀님을 유심히 보던 피디가 한 가지를 발견한다.
수건마다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이다.
바느질 땀으로 촘촘하게 단상용이라고 적혀있다.
다른 수건을 보니 의자용이라고 적혀있다.
수건마다 제가 닦아야 할 용도의 이름이 적힌 것이다.

 

그 이유를 물으니,
단상용 수건은 단상에, 예수님 상 수건은 예수님 상에,
의자용 수건은 의자에, 기둥용 수건은 기둥에
서로 구별하기 위해서 이름을 새겼다고 했다.

 

신을 섬기는 곳에서야 다들 정성을 들이겠지만,
그렇게 작은 수건 한 장에도 님 향한 마음을 새겨 놓았으니,
그 어루만짐에 감격하지 않을 이가 있을까.

 

각자의 위치에 서서 천천히 손을 움직이는 모양새가
산들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꽃이다.
향기로운 인꽃(人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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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9/9/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