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노란 애기똥풀이 필 때by 날개단약속

 




'왜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고백을 해야 할까?'

뭔가 까칠해진 나는 봄 내내 이런 생각을 툭툭 던져보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 집에 못 가본 채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파트 뒷산 산비둘기도 앞 냇가의 

둥지 튼 온갖 작은 새들도 짝짓기하느라 포르릉 찌르릉 소리가 가득한 계절이다.

핑크와 다홍빛이 화려한 철쭉과 영산홍이 시들해질 때가 되어서야 정신이 들어서 서둘러 하던 

일들을 접고 집을 나섰다.


시외버스를 타고 도로를 달리니 벌써 연두색이 온통 산과 들을 점령했고, 하얀 꽃이 핀 이팝나무, 

조팝나무 사이로 아카시아는 민들레 홀씨들과 아롱아롱 어울리고 있었다.

나는 왕성한 자연의 성장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게으른 자신을 자책했다.


집 마당에는 개망초, 미나리아재비, 애기똥풀 같은 잡초들이 다투어 피어났고, 뒷마당 연장을 

넣어두는 창고 지붕 위에는 이름 모를 새가 둥지를 틀었다. 


희고 노란 풀꽃들의 고만고만한 작은 얼굴들을 구분해 보며, 또 어미 새를 기다리는 아기 새들이 

배가 고픈지 엄청나게 삐약대는걸 보니 갓난아기를 키우던 시절이 스쳐 지나가 싱긋 미소가 지어졌다.


지나간 시절은 아름답고, 나의 일상 곳곳은 여전히 전투가 한창이지만, 잠시 자연에 묻혀 심호흡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동생과 집을 나서 노란 애기똥풀이 핀 농로 옆길을 따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노래한 윤동주 시비까지 산책을 나섰다.

자연은 변함없이 아름다운 순환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윤동주 시비 앞에서, 한 둥치에서 나온 가지 두 개가 우리 자매처럼 딱 붙어있는 소나무를 발견했다. 마치 나무젓가락처럼 11자로 자라나 가운데가 연결된 부분까지 있는 신기한 나무였다.


'하나님! 동생이 하나님의 사랑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되는 그 날까지 꼭 잡은 이 손 놓지 않을게요.'


나의 눈엔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애기똥풀처럼 귀엽고 밝았던 우리들의 영혼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나의 치열한 삶 속에 또 병마와 싸우는 동생 곁에 늘 함께 계셨음을 나는 어느새 고백하고 있었다.


인생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아름다운 꽃과 신록, 새소리가 되어 가장 정중한 사랑의 헌사를 보내는 

그 날, 노란 애기똥풀이 핀 길섶 푸른 하늘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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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7/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