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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족쇄by 날개단약속

 

한 친구가 그랬다.
자신은 넥타이가 쇠사슬 같다고.
그게 목에 매여 있으면 숨이 막혀서 견딜 수가 없다고.
나에게는 핸드폰 시계가 그렇다.
핸드폰 시계는 한 치의 오차가 없다.
핸드폰을 켜는 순간 우주에 떠 있는 gps위성에서 정확한 시간을 제공받는다.


그래서 믿음직스러운 도우미 같지만 한편으로는 냉정한 조교 같기도 하다.
그 정확함 때문에 나는 항상 뛰어다닌다.
핸드폰을 수시로 확인하며 지하철을 향해, 예배 시간을 향해, 학원을 향해.
마치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꼭 한 소리 들을 것 같다.


"이래가지고 지하철에 딱 도착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썩어빠진 정신으로 뭘 하겠다는 겁니까.

미리미리 준비했어야 할 거 아닙니까."
게다가 모양도 사각지고 디지털 숫자가 깜빡거리는 것이 시한폭탄 같기도 하다.
그렇게 모두의 손에 시한폭탄이 들려져 있으니 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늦으면 사람의 울화통이 터지든, 일이 깨지든 뭐든 일이 생길 것만 같으니까.
그깟 녀석 던져 버리면 속이라도 시원할 것 같지만 불가능하다.


나는 어느새 여우가 되어 어린왕자 같지도 않은 그네들에게 길들여져 있으니까.
"4시에 약속이 있구나.
이거 3시부터 긴장감이 드는데?
미리 준비해서 집에서 나오지 못하면 난 또 너를 붙잡고 뛰어야겠지?"

 

"나... 나는...?"

주님 또 우울해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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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1/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