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가정 백과사전이었던 [규합총서]에서는 사대부가 음식을 먹을 때 식시오관(食時五觀), 즉 다섯 가지를 헤아리라고 명시되어 있다.
첫째, 밥상에 놓인 이 음식을 위해 공들인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
둘째, 음식의 맛을 따지기 전에 내가 이 식사를 할 만큼 착한 일을 했는지, 공들인 일은 있는지 생각한다.
셋째, 마음을 다스려 과하게 욕심 부려 먹지 않는다.
넷째, 음식을 좋은 약으로 생각하며 모양에 치우쳐 먹지 않는다.
다섯째, 나는 이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는 바른 사람인가 생각한다.
그런데 이 식시오관의 마음은 식탁 위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영혼의 양식을 듣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주의 귀한 말씀이 오기까지 주와 그의 사역자들의 수고를 먼저 생각하며,
말씀의 맛을 따지기 전에 내가 이 말씀을 들을 만큼 의로운 일은 했는지,
마음을 다스려 많이 듣는 것에만 욕심부리지 않으며,
이 말씀을 나를 살리는 약으로 생각하고 쓰든 달든 삼키고,
내가 이 말씀을 들을 자격이 있는 온전한 사람인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식시오관의 마음으로 양식을 취한다면, 건강해지고 양식의 가치를 깨닫게 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니 참으로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식탁 위에서 어머니가 항상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이게 다 먹은 거야? 밥 한 톨 남기지 말고 싹싹 먹어라.”
20년 가까이 농사만 지으셨던 어머니는 누구보다 음식의 가치를 잘 알았기에 나와 동생이 음식 남기는 꼴을 못 보셨다.
위에 다섯 가지 조항을 다 헤아리기가 어렵다면,
귀한 양식 처음부터 끝까지 한 톨도 남김없이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