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안고 첫째와 함께 동네산책을 하는데 잘 가던 첫째가 나에게 돌아오더니 안아달라고 한다. 그러더니 아기 띠를 잡고 늘어진다. 일단 나는 동생을 안고 있으니 너를 안을 수가 없고, 엄마 몸으로 둘 다 안을 수도 없고, 아빠라면 충분히 너를 안을 수 있는데 지금 옆에 없고, 동생은 아직 어리고 걸음이 서툴러서 위험하니까 엄마가 안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첫째는 다시 동생 내려달라고 한다. 나는 또 안 된다고 했다. 아까도 내려놓았더니 첫째가 동생을 잡고 밀고 당기고, 동생 발을 잡고 뱅뱅 돌더니 신발을 빼서는 던진다. 둘 다 내려놓고 가다가는 산책도 못 하고 난장판이 될 것 같아 떼어놓은 것인데, 첫째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입이 점점 오리 주둥이 모양으로 나오더니 “엄마 미워!”를 외치며 도망치듯 뛰어간다. 어후, 둘째 안고 또 달리기하게 생겼다. 아, 이래서 둘과의 산책은 참 힘들다.
동생을 안고 있는 것은 특별히 예뻐서 안고 있는 것은 아닌데... 아직은 보살핌이 필요하니까 안고 있는 것인데... 엄마 마음이야 둘 다 안아 주고 싶고 둘 다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몸이 안 따라주니 일단은 동생에게로 몸이 가는 것인데...
그렇다고 첫째 아이를 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엄마의 말상대도 되어 주니 소통이 되어 좋다. 튼튼한 두 다리로 늠름하게 앞장서서 걷는 것을 보면 참 뿌듯하다. 꼭 엄마와 동생을 지켜주는 경호원 같다. 무거운 짐을 들고 있으면 들어주기도 하는 멋진 형아다. 그래서 참 고맙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다.
나는 둘 다 사랑한다. 한 녀석은 안고 있고 한 녀석은 손을 잡고 가지만 그것이 사랑의 경중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안고 있는 것도 손을 잡고 가는 것도, 때론 손을 잡지 않고 저 앞에 걷고 있다 해도 내 사랑의 눈길과 마음은 누구에게나 뜨겁다.
주를 믿는 우리도 가끔은 질투한다. 저 사람은 더 사랑하는 것 같다. 저 사람은 좀 더 챙겨주시는 것 같다. 나도 주품에 안기어 가고 싶은데... 그런데 전부 주품에 안기면 주가 힘들지 않으실까? 우린 아이들보다 아주 무겁지 않은가.^^
이왕이면 주 품에 안긴 어린 동생에게 까꿍도 하고 주와 손잡고 즐거운 대화도 하고 주 앞에 앞장서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때로는 주먹을 불끈 쥐며 제가 지켜드릴게요! 하며 용사도 되어 드린다면, 만민을 구원해야 할 주님의 발걸음은 매일 행복한 산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