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었습니다.
“주안아, 밥 먹어!!”
“주안아! 엄마 목 아파. 의자에 좀 앉아!”
10번은 부르니 그제야 제 방에서 스믈스믈 기어 나옵니다.
아들을 간신히 식탁에 붙잡고 있으니 이제는 신랑 엉덩이가 들썩거립니다.
“어딜 가려고?”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말을 하니,
“아니, 컴퓨터 전원만 키려고 그랬지.”
“밥 먹고 해도 되잖아.”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아들은 장난감 하나를 쥐고 거실을 굴러다닙니다.
유아의자에 있던 9개월 주빈이도 같이 굴러다닙니다.
“구주안, 빨리 의자에 앉아!”
그새 신랑은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쥐고는 딸깍딸깍 거립니다.
“전원만 킨다며~ 밥 다 했잖아.”
“급하게 부탁이 들어 온 거라서. 5분이면 돼.”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주안이가 주빈이를 깔고 앉았습니다.
“이것들이……. 야!! 엄마 휴거 안 되면 니들이 책임질래~~~~”
나는 이미 애 저녁부터 찬거리를 사서 지지고 볶고 이 여름에 땀을 흘리며 밥을 차렸건만,
우리 집 세 아들인 남편, 주안이, 주빈이는 오늘도 얌전히 자리에 앉아주지 않습니다.
나의 책임노선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요?
이 말 안 듣는 두 아들을 식탁 의자로 옮기고 밧줄로 묶은 뒤에 숟가락까지 쥐어줘야
내 책임이 끝나는 것일까요?
하늘의 책임 노선도 절대적으로 인간을 도우시나 한계선까지 밖에 못 도우신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자기 힘과 노력으로 해야 하죠.
그런데 아주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너무 따라주지 않으니 하늘은 알게 모르게
우리를 한계선 이상으로 도우시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실 우리는 우리의 실태를 잘 알잖아요.
절대 우리 상태로는 구원받기 힘들다는 거. 그래서 더 죄송하고 더 감사하고…….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절대 감사만큼은 잊으면 안되겠습니다.
간신히 식탁 의자에 신랑과 주안이를 앉혔습니다만,
신랑은 밥 한 수저 뜨고는 컴퓨터에 가서 클릭하고 다시 돌아오고,
주안이는 장난감 가지고 밥 먹는다고 난리입니다.
오늘도 나의 책임은 한계선을 넘어갑니다. (혈기의 한계선도 간당간당.)
부디, 식탁 의자에 30분만 엉덩이를 고정시키는 접착제가 개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