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동화 by 천일주화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읽어보세요. 영혼이 따뜻해지는 행복한 이야기~

칼럼_연재칼럼_마음으로 읽는 동화

얼떨결에 십자가를 진 사나이

예루살렘은 하는 일과 관련되어 제가 자주 찾는 곳이었습니다.


그 날도 예루살렘에서 일을 마치고 다시 구레네로 돌아 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양옆으로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선 인파에 오도가도 못 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영문도 모르고 어리둥절한데, 더 의아한 것은 일부 사람은 큰 슬픔을 당한 듯 눈물을 훔치고 어깨를 들썩이며,
“이를 어째, 어떡해” 흐느끼고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의 사람들은
“잘 되었네 그려, 이제 드디어 속 시원하게 끝장을 보게 되었네…”
뭔가 좋은 일이라도 일어 나는 듯 완전히 상반 된 두 반응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 때 마침 저 언덕 아래로부터 로마 병정들에 둘러 싸인 한 사람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습니다.

뭔 지 잘 보이지는 않지만, 크고 무거운 나무를 어깨에 매고 오는 그 사람은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지경으로 피 범벅이 되어 있었고, 한 눈에 봐도 도저히 무거운 나무를 지고 올 만한 그런 육체의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겨우 2~3걸음을 떼다가 이내 쓰러진 그를 로마 병정들은 채찍으로 휘갈기며 거세게 몰아 부쳤습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지경에도 그 사람은 다시 일어서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큰 죄를 지은 사람이기에 저 지경으로 끌려 오는 거지?”


엄청난 인파 때문에 못 움직이기도 했거니와, 너무나 충격적인 장면 때문에 더 더욱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는데…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 힘겹게 언덕을 올라오던 사람이 이제 바로 내 눈앞에까지 오고야 말았습니다.
그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로 가까워지던 때, 그 사람이 다시 휘청거리며 쓰러지는 것이었습니다.

쓰러진 그 육체 위로 다시 로마 병정들의 채찍질이 가해졌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었던지 그 사람은 깊은 신음만 내 뱉을 뿐 미동조차 못 하더군요.


“이제는 더 이상은 안 되겠는 걸… 어떡하지?”
심드렁하게 한 마다 내 뱉는 고참으로 보이는 한 병정이 주변에 늘어선 사람들을 훅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어이 거기” 하며 나를 쳐다보는 것입니다.
“예? 저 말입니까?”
“맞아, 당신. 이리 나와 보시오.”
무슨 일인지 당황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나는 엉거주춤하며 앞으로 나섰습니다.
“예수는 이제 도저히 십자가를 지고서 이 언덕을 못 오를 것 같으니 당신이 대신 이 십자가 좀 지어 주시오.”
‘부탁’이라 기 보다 ‘강압’에 가까운 말투에,
‘왜 하필 나요?’
불쑥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오려던 순간, 불평 한마디 못 하고 십자가를 대신 지게 된 것은 십자가 아래 쓰러져 있던 ‘예수’라 불리던 자의 눈과 저의 눈이 마주쳤기 때문입니다.
흰 자위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 온통 충혈 된 눈동자였지만,


모든 것을 내려 놓은 듯한, 그러면서 모든 것을 이룬듯한, ,

내게 십자가를 대신 지어 달라 도움을 요청하는 듯하면서 동시에 오히려 나를 도와 내게 구원을 베풀어 주시려는 듯한……

 
무엇인지 한 마디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는 없는데, 너무나 선명한 메세지를 전하던 그 눈빛이 내 눈으로 고스란히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무엇에 홀린 듯 예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형장인 '골고다' 언덕 정상에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수고 했수다. 이제 그만 가 보시오”
로마 병정의 이 말을 분명 내가 들은 것 같지만, 저는 제 갈 길로 돌아 갈 생각이 아예 없어진 듯, 한 동안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듣게 된


"네가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호흡하기도 힘드신 상태에서 사력을 다 해 해 주신 이 놀라운 구원의 선포는 그 옆의 강도에게 하신 것이 아니라 제게 해 주신 말씀이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구레네 사람 시몬아 네가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구레네로 돌아온 바로 다음 날 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다시 예루살렘으로의 먼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만나야 할 지, 또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도저히 구레네에 있을 수가 없어 무작정 길을 나선 것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예루살렘에서 예수를 따르던 사람 중 한 명을 만나게 되었고, 그를 통해 예수께서 과연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 여호와 하나님이시여 내가 그의 십자가를 대신 지었었습니다. 그 순간과 같이 짧았던 시간이나마 그의 연약한 어깨 위의 십자가가 제 어깨에 머물렀었습니다.”

예수를 만났던 그 날 이후 줄 곧 잊을 수 없던 그의 눈빛.
당시에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었던 그 눈빛이 건네 준 이야기가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오르던 그 길에서도, 십자가에 달려 돌아 가시던 그 순간까지도 단 한 생명이라도 더 구원에 이르기를 간절히 원했던 그리스도 예수.

그는 정말 처절할 정도로 철저한, 마지막 순간까지 온전한 '구원자'셨습니다.


소위 초대교회에 저와 제 아내는 몸을 담게 되었고, 곧 이어 두 아들 ‘알렉산더’와 ‘루포’까지도…
특히 ‘루포’는 이 후 사도 바울의 좋은 협력자가 되어 예수의 복음을 전하기까지 하였으니, 얼떨결에 십자가를 졌던 저의 십자가 사건은 그야말로 큰 구원의 은총이었습니다.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 ”

                                                                                              - 로마서 16:13


주재형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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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4-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