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된다는 것

인생의 위대한 ‘걸작’의 탄생, 기도하는 손

어린 시절 알브레트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 )는 유명한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도시로 나선 뒤러는 자신과 같이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인 친구를 만나 같이 하숙생활을 하게 됩니다. 마음도 맞고 뜻이 같아 무척 친해진 이들. 하지만 둘은 너무 가난해서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면서 틈날 때 그림을 그리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이러다가 제대로 화가가 되지 못하겠다 판단한 친구가 자신이 돈을 벌어서 먼저 뒤러가 화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뒤러의 그림이 팔리기 시작하면 그때 자기를 도와 자기도 화가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그리하여 뒤러가 먼저 학교에 다니면서 유명한 화가로부터 그림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머지않아 ‘그림이 팔리는’ 그런 화가가 됩니다. 그림으로 돈을 벌게 되자, 이제 친구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 친구를 찾아갑니다.

뒤러가 친구가 일하고 있는 식당에 도착했을 때 그 친구는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주여, 저의 손은 이제 험한 일로 굳어져 더이상 그림을 그릴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제 몫의 능력까지 사랑하는 친구 뒤러에게 주시어, 주의 영광을 드러내는 위대한 화가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자신을 희생하고 친구의 앞날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본 순간 뒤러는 하염없는 감동의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어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곧바로 붓을 들어 친구의 기도하는 손을 스케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유명한 뒤러의 '기도하는 손'이라는 명화는 이렇게 탄생한 것입니다.

죽게 될 상황에서 살게 된 놀라운 ‘생명’의 역사, 진정한 친구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의 피시아스라는 충신이 당시 왕의 폭정에 쓴소리를 내었다가 왕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교수형을 선고 받게 됩니다. 효자였던 그는 집에 돌아가 연로하신 부모님께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하지만 왕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싫은 소리를 한 것에 괘씸하기도 했거니와 집에 다녀온다는 핑계로 도망갈 수도 있기에 허락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때 피시아스의 친구 다몬이 보증을 서겠다면서 왕 앞에 나섭니다.

"폐하, 제가 보증을 하겠습니다. 그를 보내주시고, 만일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제가 대신 교수형을 당하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으나 다몬의 간청이 하도 간절하여 왕은 어쩔 수 없이 허락해 줍니다. 다몬은 기쁜 마음으로 피시아스를 대신해 투옥됩니다. 수일이 흘러 교수형을 집행하는 날이 밝았건만 피시아스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윽고 교수대까지 다몬이 끌려 나오게 되고, 그의 목에 밧줄이 걸리자 다몬의 친척들은 울부짖고, 우정을 저버린 피시아스를 욕하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어리석은 다몬이 죽게 된 것을 비웃기까지 했습니다. 집행 명령이 떨어지려는 순간, 누군가가 말을 재촉하여 달려오며 고함을 쳤습니다. 피시아스 였습니다.

"형을 멈추시오. 제가 돌아왔습니다. 오던 길에 봉변을 당해 늦어진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끌어안고 눈물의 작별을 고했고, 두 사람의 우정을 비웃었던 사람들조차 뜨거운 감동으로 두 사람의 이별을 슬퍼했습니다. 이때 생각지도 않게 "피시아스의 죄를 사면해 주노라!" 왕이 직권으로 이 두 사람을 모두 살려 주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상대가 된다는 것

금주 말씀 상고는 우선 높고 높은 하늘 보좌 위, 존귀한 분께서 낮고 낮은 땅의 인간들에 임하시어 ‘상대’가 되어 달라 말씀하심이 얼마나 충격적인 은혜인가를 깨우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창조 때부터 단순한 피조물 중 하나가 아닌 자유의지를 불어넣은 신의 상대적 존재체로 사람을 지으셨고, 오랜 기간 역사를 통해 진정한 상대체로서의 ‘완성’을 기대하시며, 지원해 주심에 참으로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신과 더불어 진정한 친구(상대)가 된다는 것에 대해 ‘자기’를 버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와 동일한 마음, 같은 생각,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 설명하셨습니다. 이러할 때 예화와 같이 인생의 위대한 ‘걸작’이 탄생 되는 것이고, 죽게 될 상황에서도 살게 되는 놀라운 ‘생명’의 역사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결국, 어떤 시대이든 마음 맞고, 뜻 맞는 사람을 ‘상대’로 삼으시어 그를 통해 역사하시는 하늘의 이치를 다시 한 번 깊이 새기게 되는 그런 귀한 지혜의 말씀을 우리가 받은 것입니다.